매일신문

[무명칼럼] 잘나가는 삼성, 그 앞날은

필리핀 북한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공통점은? 과거 전부 우리보다 잘살던 나라들이다. 1960년대 잘나가던 필리핀은 우리나라의 장충체육관까지 지어줄 정도였다. 필리핀은 물론 6'25전쟁 전 북한은 남한보다 월등하게 잘살았지만 종전 60년이 흐른 오늘날 비교해보면 북한의 추락과 남한의 발전이 대비된다. 앞서가던 국가나 기업이 거꾸러지거나 뒤처지는 것은 용기 없는 지도자와 낡은 시스템의 합작품이다. 세상은 광속도로 변해가는데 나라 지도자들과 기업체 대표들은 변하지 않으니 필리핀이고 북한이고 배겨날 수가 없다.

전태일과 경부고속도로로 상징되는 1970년대를 거쳐 한국은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2010년 G20 의장국이 되었고,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하는 나라로 발전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발생한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를 가장 발 빠르게 극복한 국가로도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위기지수를 안고 있다.

가계 부채와 국가 부채가 각각 1천조 원을 넘어섰고, 약 722만 명의 경력 단절 여성들은 전업주부로 사회와 등져 있고, 자영업자들이나 세입자들은 치솟는 전세와 월세로 고통받고 있다. 근로자들의 임금은 높고, 취직이 안 되는 청년 창업자들이나 제2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5563 베이비부머들의 창업 시장은 공급 과잉이다. 커피숍이든 미장원이든, 식당이든 옷집이든 필요 이상으로 넘쳐난다. 구조적으로 망하게 되어 있다.

집값의 60%나 되는 고액 보증금을 주고도 물량을 찾기 어려운 아파트 전세도 그렇지만, 전세를 주지 않아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타향살이 젊은 직장인들의 속도 들여다보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저축해야 할 돈의 대부분을 월세로 쓰고 있으니 미래를 설계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직장 잡기 어렵고, 취업하니 월세에 시달리고, 희망을 갖기 어렵다.

눈을 돌려 대기업을 보자. 이미 포스코는 경영이 어려워질 대로 어려워져 광고 홍보비마저 줄인다는 태세이다. 귀족 노조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뒷걸음질은 물론 미국에서도 판매 역신장을 기록했다. 그나마 세계 초일류 기업을 내세운 삼성은 사상 최대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건희 회장의 지난 1993년 6월 7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는 신경영 선언 20년 만에 매출은 29조에서 280조로 13배, 임직원은 14만 명에서 42만 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세전 이익은 49배나 불었다. 하지만, 지금 잘나가고 있는 삼성에 대해 경영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몰락한다는 주장이 거침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성공의 덫에 안주하면 휴대전화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나 소니처럼 비극을 겪지 말란 법이 없다는 얘기다. 노키아는 단 한 번의 방심으로 5년 만에 주가가 20분의 1토막 났으며, 소니는 최전성기이던 2000년에 150달러를 넘어서던 주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지금은 본사 매각설에 휩쓸리는 신세로 추락했다. 지난 세기 기업 경영 방식을 바꾸었던 GE는 도산 지경에 처했다가 다시 셰일가스차를 만들어내는 덕분에 기사회생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가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하였다고 해서 미국 내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 애플의 아이폰3, 아이패드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적재산권에 대해서 국제사법경찰의 역할을 자임해온 미국의 정체성 상실이자, 자국 기업을 법보다 힘으로 보호하려는 비상식적인 처사이다. 앞으로 남은 애플과의 특허 협상에서도 불리하게 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경쟁 우위로 인한 세계 초일류 기업 유지 기간은 불행하게도 그리 오래가지 않으리란 분석이 자주 나온다.

지난 6월 초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이 갤럭시 S4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리포트를 한번 냈을 뿐인데 투자자들은 흔들렸고,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 동안 6.18% 폭락하면서 시가총액만도 15조 2천억 원이 증발했다. 이 여파가 지속되면서 150만 원대였던 1주당 삼성전자 주가는 7월 31일 현재 128만 원대까지 후퇴했다.

1938년 대구 인교동에서 호암 이병철이 별표국수를 팔며 삼성상회를 창립한 지 75년 만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도 스마트폰 성장의 한계라는 우려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기, 어떻게 창조적으로 극복해서 위대한 기업의 반열에 오를지 삼성의 분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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