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도시농업을 바라보는 시선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도시농업이고? 노인네들이나 여유 있는 사람들이 소일거리로 하는 거지."

최근 우리나라에 도시농업 열풍이 불고 있고 대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 선배로부터 이 말을 듣고서는 여전히 도시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도시농업에 정통한 한 지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고 한다. 도시농업을 한다고 하면 화를 내는 어르신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옛날에 자식에게 힘든 농사를 시키지 않으려고 뼈 빠지게 농사를 지었는데 또 무슨 농사냐고 따진다고 했다. 이런 생각들은 아직 도시농업을 레저나 취미 정도로만 여기는 데 기인한다. 또한 도시농업을 단순히 고생하는 노동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농업은 이런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본지에 매주 토요일 연재된 5편에 걸친 도시농업 창간호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새로운 가치들을 볼 수 있었다. 지자체마다 급속한 도시화와 이로 인한 병폐를 재생하고 치유하는 수단으로서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힐링'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마음을 치유하는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물을 키우면서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교감하면 스트레스는 감소하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촉진된다. 무한경쟁에 찌든 도시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시농업은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난 뒤 큰 상실감을 느끼는 중년 부부에게 도시농업은 '치료약'이 될 수 있다.

도시농업에 대해 너무 무겁게 여기는 시선도 바뀔 때가 됐다. 신세대 아이콘인 이효리나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 등 수많은 유명인도 도시농업을 즐긴다.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세대 간 구분 없이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이 도시농업인 것이다.

대구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도시농업에 대한 시의 의지는 미약했다. 도시농업 지원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만들었지만 그 이후 실질적인 지원은 거의 없었다. 올해 초 대구에 도시농업박람회를 유치한다고 선언했을 때 전문가들 사이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는 시가 지금까지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행히 도시농업박람회 유치가 결정된 이후 시 공무원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는 2017년까지 도시 농부를 대구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25만 명까지 늘리기 위한 '도시농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다양한 기반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너무 성과와 결과 위주로 시책이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농업 취재 과정에서 도시농업을 하고는 싶지만 방법을 몰라 포기하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는 이들이 손쉽게 도시농업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가 전방에 나서기보다는 시민들이 스스로 도시농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물밑에서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한 때다. 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농사에 적합한 땅인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지에 대한 DB 구축이나 연구부터 시급하다. 또한 도시농업과 관련해 A부터 Z까지 원스톱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9월 5일 대구자연과학고에서는 전국 단위의 대규모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가 열린다. 이 행사가 촉매제가 돼 도시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도시농부가 흔한 대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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