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괴담무상

대구에서 오랫동안 삼계탕 집을 운영해온 K사장은 '조류독감'이란 말만 들어도 심장이 멎을 것 같다고 한다. 사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인체에 전염된 사례가 없다. 그리고 닭고기든 오리고기든 잘 익혀 먹으면 아무 탈이 없는데, 마치 무서운 전염병인 양 호들갑을 떠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정작 조류독감 때문에 죽은 사람은 치킨 집과 삼계탕 집 주인이었다. 퇴직금을 몽땅 털어 식당을 열었다가 때마침 터져 나온 조류독감 파동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조류독감이 사람 잡은 것이 아니라, 조류독감과 관련된 근거 없는 유언비어나 괴담이 사람을 잡은 꼴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름철만 되면 등장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또 어떤가.

비브리오 패혈증 의심환자라도 하나 생겼다는 보도가 나가면 사람들은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어패류를 마치 독버섯 대하기 일쑤여서 전국의 어민들과 횟집은 큰 타격을 입곤 한다.

오래전 이른바 '쓰레기만두'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도 있었다. 단무지를 만들고 남은 무의 머리와 꼬리부분을 넣어 만든 것을 '쓰레기만두'라 과장 표현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악덕 만두업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세상의 뭇매를 맞고 법정에 섰는가 하면,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사람까지 나왔다. 후일 무죄판결이 나왔지만, 떠난 사람과 도산한 업체를 되살리지는 못했다.

몇 해 전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를 떠올리면 더 가관이다. 안동에서 무슨 흑사병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전국의 언론이 법석을 떠는 바람에, 사람들이 안동한우는 물론 안동찜닭과 안동간고등어, 안동헛제삿밥, 안동식혜까지 기피했다.

심지어는 안동으로 오는 것마저 꺼렸으며, 안동사람들까지 마치 전염병 환자 취급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언론의 과장보도나 세간의 허무맹랑한 괴담이 빚어낸 해프닝이다. 광우병 파동 때는 또 어떠했는가. 무책임한 보도와 악의적인 소문이 온 나라를 들쑤시고, 정부의 권위와 국가의 기강마저 뒤흔들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일본 방사능 괴담이 나돌면서 안동간고등어 업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방사능에 피폭된 일본산 고등어가 헐값으로 들어온다는 황당한 이야기 때문이다.

안동의 대표적인 브랜드라는 자존심을 걸고, 한 해 동안 고등어 맛이 가장 좋다는 11, 12월 연근해에서 어획한 최상품의 성어(成魚)만을 원료로 고집해온 안동간고등어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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