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좋은생각 행복편지] 늑대의 진실

살다 보면 말이죠. 평소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지요. 특히 그것이 상식처럼 회자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진실을 얘기해줘도 머릿속에 돌처럼 굳어서 도통 알려 하지 않잖아요. 최근에 그런 걸 하나 발견했어요. 그래요. '찾아내거나 처음으로 알아내다'는 뜻의 '발견'이라는 단어를 꼭 적용하고 싶은 그런 사실 말이죠. 이름하여 '늑대의 진실'에 대해서요.

우리가 '늑대'라는 말을 입 밖으로 옮겼을 때 어떤 느낌인지 아시죠? '저 남자는 꼭 늑대 같아, 징그럽고 무서워'. 이런 말이 소설이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잖아요. 늑대라는 동물은 무섭고 잔인하고 뭔가 꿍꿍이가 있는, 음흉하고 야비한 그런 이미지로 비치잖아요. 물론 도발적이고 야성미 넘치는 이미지로 남자를 통칭하지만 말이죠. 그래서 '남자와 여자'를 '늑대와 여우'로 표현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고요.

그런데 최근에 온라인을 통해서 이런 글이 퍼지고 있더군요. '여성들이여! 늑대 같은 남자랑 꼭 만나라' '늑대 같은 남자 어디 없나요?'. 제목만 봐서는 '뭐 이런 상식 밖의 글들이 있나' 의문을 갖지만요. 클릭해서 읽어보면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허 참' 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늑대의 진실'을 알게 된 거지요.

늑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와 달리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 사랑한다고 해요. 자신의 암컷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이기도 하고요. 자신의 짝이 먼저 죽으면 가장 높은 곳에서 슬피 운대요. 또 사냥을 한 음식을 암컷과 새끼에게 먼저 먹인다고 하는군요. 암컷과 새끼가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주위를 살피며 망을 보는 거지요. 그러곤 온 가족이 다 먹고 난 후에야 음식을 먹는다고 해요. 정말 가족애가 넘쳐나지요.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무엇보다도 늑대의 진실을 통해 감동받은 부분은 10여 마리 정도 무리 지어 사는 공동체 생활에서 리더인 우두머리에 대한 부분인데요. 우두머리 늑대가 공동체를 통솔하는데 무리에서 싸움이 났을 경우, 힘센 늑대에게 장난을 걸어 공격성을 약화시킨다고 하네요. 힘으로 제압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또 우두머리가 난폭하고 사나워지면 무리를 떠나는 늑대들이 많아진다고 해요. 더 이상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지는 거지요. 그래서 새로운 우두머리를 뽑을 경우, 무리 내 모든 늑대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그 자리에 오를 수가 있다는군요.

우두머리 늑대는 사냥을 혼자 나서는데 먹잇감을 찾지 못하면 무리들에 대한 걱정과 슬픔의 울음을 운다고 해요. 그 소리를 들은 무리들은 우두머리를 향한 격려의 울음을 울고요. 정말 신통방통하지요. 이런 걸 보면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법하지요. 권력에 눈이 어두워 온갖 권모술수와 공권력을 남용하면서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려는 인간들과는 사뭇 다르잖아요. 자, 이 정도면 우리가 늑대를 얼마나 오해했는지 아시겠죠?

늑대의 진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사실이나 진실과는 전혀 다르거나 다소 거리가 있는 지식들을 평소 가지고 살아가지요. 저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분단이라는 아주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요. 전 어릴 적에, 북한 사람들은 모두 몸이 빨갛고 머리에는 뿔이 달린 줄 알았어요. 그 당시 가장 많이 붙어 있는 벽보가 '쥐를 잡읍시다'와 '때려잡자 공산당 무찌르자 북괴군'이라는 문구였어요. 누군가 장난으로 그린 그림이겠지만 가끔 그 벽보 옆에는 빨간색으로 뿔 달린 괴물이 그려져 있기도 했지요. 참 흉측한 모양새죠. 그런데 크면서 그들도 우리랑 같은 사람의 모습이란 걸 알게 됐지요. 더군다나 형제자매이기도 했던 그들과 우리가 분단으로 인해 만나지 못하는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도 알게 됐지요. 지나고 보니 참 우스운 일이었어요. 웃기지만 가슴에선 싸하게 슬픔이 묻어나오는 그런 블랙코미디처럼 말이죠.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잘못된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고 있지요. 하지만 매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자기가 맘만 먹는다면 잘못된 지식을 바로 고쳐내는 게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지요. 특히 소셜네트워크시대에 사는 우리로서는 그 진실을 찾아내는 데 어렵지 않잖아요. 그건 마치 난폭하고 무능한 늑대의 우두머리가 문제가 있다는 걸 무리들의 의견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살아가는 동안, 전 가급적 올바른 정보와 진실만을 알고 살기를 바라죠. 대부분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일 거예요.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어떤 계략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죠. 잘못된 정보나 선입견, 허위 사실을 터득하는 데 '늑대의 진실'은 참 좋은 길잡이가 아닐까 싶어요.

권미강/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홍보프로듀서 kang-mo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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