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교관 출신 '정무수석 카드' 우려 목소리

"정치경험 없어 조정역할 잘할까" 靑 "박준우, 뛰어난 협상력 지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5일 단행한 박준우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임명을 두고 정치권은 설왕설래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정무수석에 전'현직 정치인 외에 언론계나 정치 경력이 있는 교수 출신이 임명된 적은 있어도 외무고시 출신의 정통 외교관이 발탁된 것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무수석은 국회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과 입법 사안을 비롯한 국정현안을 조율하고 소통하는 통로여서 정치권의 경험과 관록 없이는 잘해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비정치인 정무수석 카드를 뽑아들었다. 이날 이정현 홍보수석은 박 신임 정무수석 임명에 대해 "뛰어난 협상력과 정무적 판단력을 갖춘 분으로 평가돼왔고, 대사 재직 시에는 탁월한 외교역량을 보여줬다"면서 "정무수석으로서 새로운 시각과 역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청와대 정무의 새 지평을 열고자 하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정치인 출신들이 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고일 뿐이며, 새 시대에 걸맞은 새 정무를 통해서만 청와대와 정치권의 관계, 이를 바탕으로 한 국정재추진의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무라는 것이 단순히 종래의 정치권과 소통을 넘어 크게는 민생의 관점에서 정치와 외교 등 국익과 관련된 사안을 포괄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비정치인인 박 수석이 최종 낙점받은 것은 해외 임지에서 체득한 다양한 외교경험과 치밀함, 전략적 판단력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정무수석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여의도 정치와 어느 정도 소통하고 갈등 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장 그는 야당의 장외 투쟁으로 꼬여 있는 정국을 풀어야 할 숙제가 닥쳐 있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어제 청와대 수석 임명 방송을 지켜보면서 대부분 의원들의 반응이 '박준우가 누구야'였다"면서 "박 대통령이 두 달여 동안 고심하신 끝에 결정한 이 선택지가 성공할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했다.

또 일부에선 "'대통령이 정치를 다 할 테니, 정무수석은 그냥 자리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적 경험이 없는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정무수석 출신의 이정현 홍보수석과 국회의원 출신의 김선동 정무비서관 사이에서 '존재감 없는 정무수석'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