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주'영덕'울진 등 동해안 일대 해역에 적조가 나타난 지 열흘. 지난달 27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동쪽 5.6㎞ 해역에서 처음 적조가 보였을 당시, 포항시는 "먼 바다이기 때문에 아직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냉수대가 빨리 사라지고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올해 최악의 적조가 예상된다. 양식장 물고기 방류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적색경보를 울렸다. 어민들은 포항시의 예측이 맞길 바랐지만, 현실은 연구소의 분석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바다의 재앙'으로 불리는 유해성 적조가 남해안을 초토화시킨 데 이어 동해안으로 밀려들고 있다. 관계당국이 황토 살포를 늘리며 방제에 애를 쓰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양식장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3일 구룡포와 장기면 양식장 3곳에서 우럭과 넙치 등 13만2천350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데 이어 4일 39만3천300마리, 5일 10만여 마리 등 지금까지 모두 60여만 마리가 폐사했다.
6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육상 가두리양식장. 인근 군부대에서 지원 나온 병사 5명이 양식장 직원과 함께 죽은 물고기를 박스에 퍼담았다. 어민 박옥군 씨는 박스에 실려 나오는 강도다리를 저울로 잴 때마다 마른 한숨을 내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었습니다. 40만 마리의 강도다리가 이제 8만 마리 정도 남았는데, 이거라도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허탈해 눈물도 안 나옵니다."
아들과 함께 폐사 양식장으로 나온 한 어민은 "폐사도 문제지만 수거가 더 문제다. 그물 아래쪽에 죽은 물고기는 벌써 부패가 시작됐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죽어나갈지도 모르겠고, 이를 또 어떻게 수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상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다"고 했다.
또 다른 어민은 "양식장을 시작한 지 이제 3년 정도 됐다. 우여곡절 끝에 2년 키운 우럭을 출하하려는 시기에 적조를 만났다. 수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보상은 쉽지 않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포항지역 양식장은 해상가두리 25개소, 육상 55개소, 축제식 양식장(육지와 바다가 붙은 형태) 12개소 등인데, 보험은 육상 11개소만 가입돼 있다. 동해안은 수심이 깊고 풍랑이 심해 육상을 제외하고는 보험사들이 보험가입을 받지 않기 때문. 어민들은 지방자치단체의 피해보상을 기대하며 박스에 폐사물고기를 가득 싣고 수거장으로 가지만, 사료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상에 분통을 터뜨린다. 보상은 1억원 이상 피해를 본 어민에 대해 정부보조금 5천만원, 융자는 피해액의 30%에 이자 3%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이해영 연구원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과 같은 강한 외부 변수가 없으면 적조가 9월까지 이어질 것이다. 올해 최악의 적조가 예상되는 만큼 물고기 방류 등과 같은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북도는 5일 포항시 구룡포에서 장기면까지 해역의 해상가두리 주변에 어선 20척, 해경 방호정 1척, 황토살포기 1대와 4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황토 200t을 뿌리는 등 적조 방제작업에 나섰다. 또 포항과 경주 해역의 적조 방제를 위한 황토 살포 및 액화산소 구입비 등으로 2억60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하고, 적조피해가 가장 심한 포항시에 1억5천만원, 경주시에 5천600만원을 배정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원희룡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가 최초로 제안"…민주당 주장 반박
한동훈 "尹 대통령 사과, 중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