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진학보다 진로를, 말보다 교육 실천을

곧 수시모집 대입시즌이다. TV와 신문을 비롯한 각종 매체는 다시 대입과 관련된 보도로 분주해질 게다. 수험생이나 학부모는 그러한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어딘가를 향해 분주한 걸음을 옮길 게다. 하지만 어디에도 '진로'는 보이지 않고, '진학'만 보인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는 몇 점 정도가 되면 합격할 수 있다는 정보만으로 가득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면 '그래서, 어쩌라고'다. 모 신문에 실린 입시 전문가의 글을 옮겨봤다.

'수능 이후에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은 대학별고사를 볼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정시로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이라면 굳이 대학별고사에 응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대학별고사도 실시하고, 수능 최저등급도 적용하는 대학이라면 자신의 성적이 최저등급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H신문 중에서)

이게 소위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보의 전부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찾아보면 이러한 진술을 넘어선 정보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누구나 알 수 있고, 알고 있는 정보는 전문가의 몫이 아니다. '수능 이후에 대학별고사를 볼 것인지 결정해라' '정시 합격 가능한 학생은 대학별고사에 응시할 필요가 없다' '수능 최저등급을 따져봐라' '성적을 분석하고 정시 전략을 세워라' 등이 보도된다.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별고사를 치겠다고 수시모집에 원서를 낸 학생에게 수능시험을 잘 쳤다고 응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조건을 배제하고 있다. 학생은 단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대학에 진학해 특정한 영역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쌓아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 '진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찾아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라는 사람의 말 어디에도 '진로'에 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수시모집에 응시하여 대학별고사를 치는 학생은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모든 판단은 거기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가채점했던 성적이 평소보다 못 나온 학생들이라면 남은 수시 전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좋겠고 또 수시를 지원한 학생들이라면 자신이 지원한 전형에 맞추어서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원한 대학에서 실시하는 논술을 비롯한 대학별고사에 대비하고 면접 준비에도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한 TV 뉴스 중에서)

소위 학교에서 진학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교사가 한 말이다. 하지만 교사가 할 말은 이것이 아니다. 입시를 앞둔 아이들에게 '너는 논술 준비해라' '너는 면접 준비해라'고 하는 곳이 학교가 아니다. 학교는 준비하라고 시키는 곳이 아니라 함께 준비하는 곳이다. 각 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이 정말 해야 할 일은 입학 가능점수를 분석하고 커트라인을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을 합격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일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을 해주는 것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연간 1개 대학교 정원 정도의 학생이 대학을 그만둔다고 한다. 최근 어려운 경제사정도 무시하기 어렵지만 점수만을 기준으로 진학시킨 교사나 학부모의 책임도 크다. 대학을 보내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할 수 없다. 아이들의 관심과 적성을 고려하여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 성과 위주의 진학교육이나 형식적인 진로교육에서 탈피하여 진정한 진로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진학보다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진로이고 진로교육의 본질은 인성교육이고, 철학교육이고, 역사교육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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