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선천성 안면 기형 정찬성 군

생후 5개월 첫 수술…잇몸 재건 등 아직도 태산

찬성(가명
찬성(가명'4)이는 놀 때 수건을 뒤집어쓰고 집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논다. 어머니 백숙현(가명'43) 씨는 "찬성이와 놀다 보면 내가 지칠 때가 있을 정도로 활발한 아이"라고 자랑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거 형아가 보는 책이에요."

찬성(가명'4) 이는 방에 참고서가 꽂힌 책장을 가리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찬성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수건을 가지고 놀면서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녔다. 어머니 백숙현(가명'43) 씨는 찬성이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다가도 찬성이를 낳은 뒤 겪었던 일들이 생각나면 금세 슬픔에 잠긴다.

"초음파 진단으로 찬성이의 모습을 봤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임신 6개월 때 찬성이의 얼굴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잘 키울 수 있을지 겁이 났고요. 지금은 활달하게 잘 뛰어노니까 안심은 되는데, 앞으로 겪을 일들이 걱정이에요."

◆아이의 모습에 극단적 생각까지

찬성이는 어머니 백 씨가 마흔이 다 돼서 낳은 아이였다. 찬성이를 임신했을 때 백 씨 가족은 대전에 살고 있었다. 백 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였고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태아의 초음파 진단 때 백 씨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초음파 사진에는 찬성이의 오른쪽 모습만 보여서 상태가 확인이 잘 안 됐는데, 점점 제 배 속에서 자라면서 얼굴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제 아이의 얼굴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을 때는 하늘이 노래지다 못해 새카매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2010년 출산 후 찬성이를 직접 보게 되자 백 씨는 더욱 절망했다. 찬성이는 왼쪽 눈 아래로 얼굴 뼈와 코뼈가 형성되지 않았고, 잇몸 또한 자라지 않아 입천장이 뚫린 상태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찬성이의 모습에 백 씨는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대전에서는 찬성이의 얼굴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의료진이 없었다. 백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동 안면 기형을 잘 치료한다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가 찬성이를 보였다.

"의사 선생님들이 찬성이 얼굴을 보자마자 '이렇게 심각한 케이스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어요. 우리나라의 성형외과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말에 기대했었는데…. '차라리 같이 죽어버릴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어요."

◆수술의 연속, 할 수 있는 건 눈물뿐

백 씨는 찬성이를 낳은 지 3일 만에 병원에 찬성이를 두고 퇴원했다. 하지만 3일 뒤 다시 병원에 와야 했다. 수유 연습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안면 기형 때문에 찬성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무언가를 빨아서 먹지 못했다. 항상 특수젖병을 이용해 식도로 엄마 젖이나 이유식 등을 한 방울씩 조심해서 떨어트려 줘야 했다. 자칫 잘못 떨어트리면 귀나 기도로 음식물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찬성이는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구순열 수술을 받았다. 원래는 생후 3개월 때 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수술비 마련이 어려웠던 탓에 조금 늦게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찬성이가 돌이 됐을 때쯤 구개열 수술을 받았다. 찬성이를 수술실로 보낸 뒤 백 씨는 울고 또 울었다.

"태어난 지 다섯 달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수술대에 올린 어머니의 심정을 누가 알까요. 수술이 끝나고 수술 부위를 건드릴까 봐 아이의 양팔에 부목을 대서 묶어놓아요. 팔이 꽉 조여 있으니까 아이가 힘들어하잖아요. 그런데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잘 키울 겁니다"

백 씨는 찬성이의 돌 직후 그때까지 찬성이의 수술비를 대 왔던 남편과 헤어졌다.

"결혼 후에도 삶이 힘겨웠고 성격도 좀 안 맞았던 부분이 있었어요. 그게 쌓여 있다가 찬성이 낳고 돌이 되면서 그런 부분들이 터진 것 같아요."

남편과 헤어진 뒤 살길이 막막해진 백 씨는 고향인 대구로 내려왔다. 친정에 왔지만 도움을 받기에는 친정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대구에 내려온 뒤 돈을 벌어야 했기에 동네의 한 미용실에서 저녁에 3시간 정도 보조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40만원 안팎을 벌 수 있었다. 여기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보조금 100만원을 보태 겨우 한 달 한 달을 버티고 있다. 그렇지만 집의 월세와 생활비로 쓰고, 찬성이의 잇몸 재건 수술비 마련을 위해 조금 저축하고 나면 동난다. 잇몸 재건을 위해 필요한 1천만원 정도의 수술비는 마련할 방법이 없다.

수술비뿐 아니라 찬성이가 지금 받고 있는 크고 작은 치료도 대부분 보험 급여 대상이 아닌 탓에 비용이 상당하다. 찬성이가 진료를 받는 서울의 대학병원에서는 안면 기형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언어검사'치료도 하는데, 이때 드는 비용이 15만원이고, 안면 기형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X레이 사진이라도 한번 찍으려고 하면 35만원 안팎이 든다.

백 씨는 요즘 하루에 한 시간씩은 꼭 찬성이에게 책을 읽힌다. 찬성이가 말을 할 때쯤 돼서 받아 본 언어검사에서 의사가 "찬성이의 어휘력이 또래보다 조금 늦은 편이다. 지금부터 열심히 말하는 연습을 해야 나중에 말할 때 발음이나 어휘가 어눌하지 않게 된다"고 충고했기 때문이다. 백 씨는 그나마 찬성이가 밝고 활달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로서 저는 크게 바라는 게 없어요. 찬성이가 아프게 태어났으니 크면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컸으면 좋겠어요. 한때는 찬성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너무 무섭고 싫었지만 같이 이겨내 보려고요. 제가 할 일은 찬성이가 다 커서도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뒷바라지하고 지켜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찬성이 엄마로서 가장 큰 책임인 것 같아요."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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