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전성시대' 이만섭 이후 국회의장 12년째 끊겨

역대 지역 인사들 권력 분포…문민정부 이후 당권 장악도 다른지역 출신에

여당대표와 원내대표,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권력을 움직이는 핵심축이다. 대통령과의 거리에 따라 당청관계는 긴밀하게 한 몸으로 비칠 수도 있고 삐걱대면서 불협화음을 내기도 한다.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전당대회와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된다는 점에서 힘이 집중되는 자리다.

당대표가 집권당을 대표해서 정치권을 움직이는 당서열 1위라면 원내대표는 여야관계를 조율하면서 국회를 움직이는 사실상의 실세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각광을 받고 있다. 당내 서열로도 당대표에 이어 2위로 대접받고 있다.

그러나 집권 초기의 당청관계는 청와대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비서실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처럼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울수록 비서실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당이 비서실장에 의해 좌지우지, 당청관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장은 국회 선진화법 이후 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이 사라지면서 역할이 축소되고 있지만 입법부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국회의장은 철저하게 선수에 의해 선출된다는 점에서 5선 이상의 중진정치인이 없는 지역정치권에서는 넘보지 못할 '그림의 떡'이다.

◆당권과 국회의장

문민정부 이후 대구경북 정치권이 받은 성적표는 화려하지 못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강재섭 전 대표가 당권을 장악했지만 대부분 다른 지역 인사들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당권을 장악했다. 이회창 전 총재에 이어 조순 서청원 최병렬 박희태 정몽준 안상수 홍준표 전 대표, 그리고 황우여 대표가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가운데 최병렬 박희태 정몽준 안상수 홍준표 전 대표 등이 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당권에서 TK는 부산경남에 밀린 셈이다.

지역정치권은 이한구 의원에 이어 최경환 의원을 원내내표로 배출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의회권력의 수장인 국회의장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구경북 정치권은 이만섭 전 의장(2000~2002) 이후 국회의장을 12년째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19대 국회 전반기 2년을 강창희 의장이 맡게 됐고 18대 국회는 김형오, 박희태 전 의장 등 PK출신이 도맡았다. 참여정부 때는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출신인 김원기, 임채정 전 의장시대를 열었다. 16대 국회 때는 이만섭, 박관용 전 의장 등 TK와 PK 출신 정치인이 전'후반기를 나눠서 맡았다. 15대 국회 때는 김수한, 박준규 전 의장이 맡았고 이때 박준규 전 의장은 세 번째 국회의장을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16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이만섭 전 의장도 두 번째 국회의장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14대 국회 전반기에는 박준규 전 의장이 두 번째 국회의장에 올랐다가 재산공개 파동으로 물러나면서 이만섭 의장시대를 열었다. 후반기에는 경남 출신인 황낙주 전 의장이 맡았다. 박 전 의장이 처음으로 국회의장에 오른 것이 13대 국회 후반기였다. 전반기는 김재순 전 의장시대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구경북 정치권은 꽤나 위세를 떨쳤다. 문민정부 때와 이회창 당대표 시절, 당권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막후에서는 고(故) 김윤환 전 의원 등이 김영삼 대통령을 만든 '킹메이커'로 각인되면서 적잖은 영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서실장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는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실세'가 되기도 하고 단순히 비서 역할에 머무는 '허세'가 되기도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박지원 비서실장이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한 비서실장이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류우익 전 비서실장의 경우에는 가장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비서실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비서실장 인선에 공을 들였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이자 청와대를 관장하는 동시에 국회 등 정치권과의 소통에도 나서는 막강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대통령의 뜻을 전하는 비서 역할을 하면서도 또 때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자리가 비서실장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장 인선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2인자'로 불리기도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에서는 박관용 한승수 김광일 김용태 씨가 차례로 비서실장을 맡았다. 박관용 실장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가 막후에서 국정에 개입하는 바람에 핵심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비서실장을 TK출신 김용태 전 의원이 맡았다는 점이 이채롭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정부에서는 초대 비서실장에 김중권 씨가 발탁됐다. 김 전 대통령이 동서화합과 국민통합 카드로 내놓은 회심의 카드였다. 이후 한광옥 이상주 전윤철 박지원 씨 등이 비서실장을 맡았다. 국민의정부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이가 박지원 실장이다.

전윤철 비서실장은 재임기간이 2002년 1월 29일부터 4월 15일까지로 역대 최단명 비서실장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전 실장은 곧바로 경제부총리로 영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는 문희상 김우식 이병완 문재인 비서실장 체제였다. 참여정부에서 가장 두드러진 비서실장은 마지막 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이었다. 문 의원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을 거쳐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참여정부를 정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류우익 정정길 임태희 하금열 비서실장 체제였다.

지역 출신인 류우익 실장은 촛불사태로 4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단명으로 끝났고 PK출신이지만 경북고를 나온 정정길 실장도 참모 역할 이상을 하지 못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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