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단행한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를 두고 지역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경남 사랑'을 또 한 번 곱씹어야 했다.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경남 거제)을 임명하는 등 허태열 전임 비서실장(경남 고성)에 이어 부산'경남 인사를 연이어 등용한 것이다. 또 4명을 바꾼 이번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에서는 민정수석과 고용복지수석비서관에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경남 마산)과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경남 창녕)을 각각 임명했다. 최 고용복지수석은 학교는 대구에서 다녔지만 고향은 경남으로 토종 TK는 아니다. 이로써 청와대 참모진 중 부산'경남 출신 인사는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대구경북은 오히려 찬밥 신세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대구)이 이번 인사에서 경질되면서 청와대에서 대구경북 인사는 완전히 종적을 감춘 것이다. 지역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지난 이명박정부에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에 류우익 씨(경북 상주)를 임명했고,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경북 포항)'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경북 포항)'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경북 칠곡) 등 소위 '영포회'(영일'포항) 멤버들이 한동안 권력 실세로 활동한 것에 비하면 지역 정치권의 위상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 정부 들어 부산'경남 세 확산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새누리당의 권력 구도가 부산'경남으로 남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24 재보선에서 국회로 복귀한 김무성 의원이 내년 초 부산경남 대표주자로 당 대표에 등극하고, 5선의 정의화 의원이 국회의장에 나설 가능성이 커 대구경북 정치권도 부산경남에 맞설 세력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당권을 잡을 것이 유력시되는 김 의원이 차기 대권을 노리면서 최근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는 데 반해 대구경북에서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며 "두 번이나 연속으로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당장 다음 대권에서는 남의 동네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고 했다.
대구경북은 이한구 전 원내대표에 이어 최경환 원내대표가 집권 여당의 원내 수장을 연속 맡는 등 단기필마(單騎匹馬)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형편이다. 올 초 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포스트 박근혜'를 이을 인물 1위에 오른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유 위원장은 조용한 은둔(隱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가장 힘이 있을 새 정부 집권 초기에 대구경북이 소외되면서 소통창구가 전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힘이 빠질 무렵에 지역 인사들이 대거 등용되더라도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만큼 지금부터 지역의 목소리를 높이고, 구심점이 될 인물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