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봄강사 무기계약 경북교육청의 꼼수

경북도내 일부 초등학교들이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자녀의 방과 후 학습지도를 담당하는 돌봄교실 강사들에게 무기계약 회피성 근로계약을 강요하고 있어 말썽을 빚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이 올 초 돌봄강사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학교회계직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계획을 마련했지만 일부 학교들이 무기계약을 꺼리면서 처우개선 대책이 외려 독(毒)이 된 것. 설상가상으로 도교육청은 처우개선 대책에 역행하는 지침을 따로 만들어 무기계약 회피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올해 초 '2013년 학교회계직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계획'을 마련했다. 계획에 따르면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자녀(초등학교 1, 2학년)의 학습지도와 보육 등을 맡아온 돌봄강사를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무기계약 직종에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북도내 돌봄강사들은 무기계약을 하지 않으려는 학교 측의 이중계약 강요 등으로 고용불안은 물론 저임금에 신음하고 있다. 주 근무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 2년 이상 일하더라도 무기계약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하면서 편법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구미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째 돌봄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도 올 초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측은 갑자기 주 20시간이던 근무조건을 14시간 30분으로 줄이자고 했다. 오후 1~6시이던 평일 근무시간을 오후 3시 30분~6시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렇게 될 경우 토요일 2시간 근무를 더해도 총 15시간이 안 됐다.

주 근무시간 줄이기 편법은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 오후 2시가 넘으면 아이들은 돌봄교실로 들어왔기에 돌봄교실이 시작되는 오후 3시 30분까지 아이들은 방치됐다.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된 학부모들은 정규 수업종료 후 1시간 30분 동안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학원을 알아보느라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경북도내 초등학교에서 유난히 빈발하고 있는 무기계약 회피 시도는 경북도교육청의 돌봄교실 운영 지침에서 비롯됐다. 경북도교육청은 '오후 돌봄'에 대해 '정규수업 종료~오후 6시'이던 것을 '오후 3시 30분~오후 6시'로 바꿔 하루 근무시간을 2시간 30분으로 제한했다. 토요일(2시간) 근무를 더하더라도 15시간이 될 수 없도록 희한한 지침을 내린 것이다. 도교육청이 무기계약 회피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대구시교육청의 대처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대구시교육청은 올 3월 돌봄강사 231명 중 103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돌봄강사에게는 주 30시간 근무를 보장하고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반면 경북도교육청은 올 5월 기준 돌봄강사 540명 중 141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그쳤다.

김연주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본부 경북지부 조직부장은 "경북지역에서 지난해 170여 명이던 돌봄강사의 단시간근무 계약이 올해 340여 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 교육정책과 진병순 장학사는 "근무한 지 2년이 넘은 돌봄강사들 대부분 학교 자체 심의과정을 통해 무리 없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며 "돌봄교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1인 1악기 등 방과 후 특기적성 교육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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