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대장내시경을 받는 사람은 연간 170만 명에 이른다. 대부분 수면내시경을 선택하기 때문에 검사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정작 겁나는 것은 검사를 앞두고 마셔야 하는 엄청난 양의 물이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구병원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물을 적게 마시고도 대장을 깨끗이 비우는 방법을 찾은 것.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대장내시경 검사자 892명을 대상으로 가장 효과적인 대장 정결제 사용법을 조사했다.
얼마 전까지 적은 양의 물 섭취로도 장을 비울 수 있었던 인산나트륨제제는 신장에 영구적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부작용 때문에 사용이 중단됐고,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PEG 용액이다. 부작용이 없고 대장을 깨끗이 비우는 효과가 있지만 4천㎖ 정도의 물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고통을 덜어주는 대장 정결제가 지난해 출시된 '피코라이트'다. 먹는 물은 10분의 1 이하로 줄었지만 식이요법을 엄격하게 지켜야 장을 최대한 깨끗이 비울 수 있다.
구병원 대장항문 클리닉은 색다른 시도를 했다. 환자를 3개 군으로 나눠 'A군 피코라이트 3포'(물 450㎖), 'B군 피코라이트 2포+PEG 1ℓ'(물 1천300㎖), 'C군 피코라이트 2포+PEG 2ℓ'(물 2천300㎖)를 섭취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약을 조합해서 900명 가까운 검사자를 대상으로 만족도와 대장 정결도를 일일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자들의 만족도는 A군 72%, B군 64%, C군 45.9%로 나타났다. 비릿한 냄새와 거북한 맛이 나는 PEG 용액의 섭취가 많을수록 만족도가 떨어졌고, 물을 적게 먹으며 오렌지 맛이 나는 피코라이트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게다가 C군에서는 구역질이나 복부 팽만감 등의 불편을 호소하는 비율이 40.9%, 58%로 A, B군의 23~34%대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대장의 전반적인 정결도는 C군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찌꺼기가 있거나 다시 장 세척을 해야 하는 비율이 A군은 6.9%, B군은 7.8%를 기록한 데 비해 C군은 4.3%에 그쳤다.
구병원 송기환 부원장은 "약 900명에 이르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PEG 용액과 피코라이트를 혼용해 만족도와 장 정결도 등을 비교 조사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다"며 "A군의 경우 환자 만족도가 높고 장 정결도도 나쁘지 않아서 A군의 방법이 대장내시경을 위한 장 정결 방법으로 매우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구병원 구자일 병원장은 "PEG 용액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다면 우리 병원은 일단 C군의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며 "다만 식이요법을 잘 지키고 정해진 용량 외에 물을 충분히 마신다면 A군의 방법도 대장내시경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했다. 이번 논문은 조만간 관련 학회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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