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초생활 '억울한' 탈락 생계위기

10년 넘게 연락 끊긴 의붓딸…난데없는 부양자의무자에 발목 잡혀

9년 동안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왔던 김모(60'여) 씨는 지난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해 있었던 복지급여대상자 소득'재산 정기일제조사에서 기초생활수급 탈락 대상자로 지정됐기 때문이었다. 이혼한 남편의 전처 소생 딸에게 수입이 있는 것이 확인돼 충분히 부양의무를 질 수 있다는 게 김 씨의 탈락 이유였다. 그러나 그 딸과는 연락이 닿지 않은 지 10년이 넘은 터였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복지급여대상자 소득'재산 정기일제조사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난데없이 등장한 부양의무자의 경제력 회복이 복지급여 대상 탈락의 주된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복지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실태 파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5일부터 기초생활보장 등 주요 8개 복지사업 수급자들의 소득'재산을 재조사하고 있다. 2011년부터 매년 시행되고 있는 이 조사를 통해 매년 수천 명의 기초수급생활대상자들이 복지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에서는 5만5천225명의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중 4.2%인 2천338명이 부정수급대상자로 판정났고, 2011년 조사에서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5만6천253명 중 10.3%인 5천804명이 부정수급대상자로 걸러졌다.

그러나 부정수급대상자 일부는 부양의무자의 경제력 회복으로 복지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과 이혼 후 외동아들과 함께 살아온 이모(38'여) 씨는 어머니의 재혼 때문에 지난해 조사에서 부정수급대상자 명단에 오르게 됐다. 그 이유는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가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서류상 판정이 났기 때문이다. 이 씨가 10살 때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하면서 그 뒤로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 씨는 아들이 희귀난치성 질병을 앓고 있고 항상 돌봐줘야 하고 본인 또한 디스크 등의 병을 앓고 있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씨는 그나마 생계유지를 할 수 있게 해 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지위를 잃을 뻔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핵가족화로 떨어져 사는 가족이 많은데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계문제로 가족끼리 헤어지는 경우가 많아 부양의무자 기준이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걸러내는 대신 복지급여 대상자 개인에게 포커스를 맞춰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선정하고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들의 수급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일제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들의 경우 소득이 충분한데도 '살기 어렵다'며 정부 지원을 계속 받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설령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부정수급대상자로 선정이 되더라도 부양의무자와 관계가 단절된 상태임을 증명할 자료만 준비한다면 지방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구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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