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풍양조씨 뿌리교육 30년 "가문의 긍지"

1984년 5일 코스로 개설돼 유래·족보·예절교육

지난해 상주 양진당에서 실시된 풍양조씨 가문의 뿌리교육연수 모습. 풍양조씨연수원 제공
지난해 상주 양진당에서 실시된 풍양조씨 가문의 뿌리교육연수 모습. 풍양조씨연수원 제공

국내 대표적 양반가문 중 하나로 조선후기 막강한 세도정치를 폈던 풍양조씨 가문이 국내 문중에서는 유례없이 전국에 있는 후손들을 상대로 30년 동안 뿌리교육 연수를 진행하고 있어 화제다.

1984년부터 5일 코스로 시작한 풍양조씨 뿌리교육연수는 문중 어른들이 십시일반 연수비를 보태고 후손들은 연수비 부담없이 학생신분일 때 참여하고 있으며, 종친 부녀자들은 연수생들을 위한 식사 준비를 도맡는 등 가문 전체가 움직인다.

풍양조씨 가문은 올해도 10일부터 14일까지 상주시 낙동면 승곡리 양진당 풍양조씨 연수원에서 문중 후손인 남녀 대학생 100명을 상대로 30년째 연수를 실시한다.

교육은 조상의 뿌리를 찾아 나를 알게 하고 예절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인성을 함양시키고 종친 간 얼굴 익히기를 통한 화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된 프로그램은 시조이자 고려 개국공신인 조맹 선생의 생애와 풍양조씨 유래 알기, 족보 찾기와 예절교육, 유적지 순례 등이다.

연수원장을 맡고 있는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을 비롯해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방송인 송해 씨 등이 특강을 맡아 정치, 경제, 문화에 관한 지식도 전하게 된다.

11일 오전 10시 30분에는 30년 뿌리 찾기연수를 기념하기 위해 종친 300여 명이 참석하는 기념식이 열리며 오후 8시에는 나도향, 크라잉넛, 김지수 등 가수들이 출연하는 고택음악회도 펼쳐진다.

지금까지 이 과정을 거친 후손들은 30년간 1천61명이나 된다. 명문임을 자부하는 많은 가문들이 있지만 이처럼 꾸준히 뿌리교육을 해 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풍양조씨 후손들은 문중 어른들의 의지와 '가문의 영광을 우리가 잇는다'는 강한 자부심과 결속력 등을 뿌리교육 장기 전통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연수원을 수료한 후손들은 전원 200만원의 장학금을 종친회로부터 지급받는 점도 자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풍양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옛 지명으로 이곳에 뿌리를 둔 이 가문은 임란 때 큰 공을 세웠던 조정(1555~1636) 선생이 상주에 자리를 잡은 뒤 400여 년을 이어오고 있으며, 양진당이 있는 낙동면 일대에만 100여 호의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연수가 진행되는 양진당은 1626년 지어진 풍양조씨의 전통 고가(古家 99칸)로 보물 제1568호로 지정돼 있어 연수생들이 뿌리를 배우는 데 좋은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조용권 연수원 사무국장은 "최첨단시대를 맞아 조상의 얼과 뿌리를 찾는 일이 소홀한 것이 현 세태다"면서 "우리 가문은 이 연수를 통해 조상의 얼 중 핵심은 충과 효라는 것을 후손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희박해진 공동체 의식을 되찾아 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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