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사탕 던지기

'시크릿 밀리어네어'는 영국 채널4를 통해 2006년 첫 방송된 리얼리티 쇼 프로다. BBC 지식채널을 통해 국내에도 방영 중인 이 시리즈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이 신분을 감추고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장해 일주일가량 희귀병 환자나 장애인, 홈리스, 사회봉사자 등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내용이다. 클라이맥스는 촬영이 끝나는 날 백만장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거액의 후원금을 내놓는 대목이다.

뜻밖의 수표를 받아든 사람도, 독지가도 함께 눈물을 흘린다. 갖가지 사연들, 성공하기까지 백만장자의 숨겨진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영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2007년 국제방송페스티벌인 골든로즈(Rose d'Or) 방송제에서 리얼리티 시리즈 부문 최고상도 받았다. 이후 미국과 호주, 아일랜드 버전까지 줄을 잇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쇼는 공익성과 재미, 감동이 뒤섞인 소위 '흑기사' 프로다. 한편의 TV 프로가 진정한 나눔의 의미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다.

인도 불교 성지순례를 가는 한국 불자들이 신경 쓰는 준비물 중 하나가 루피 지폐나 볼펜이다. 부다가야, 쿠시나가르 등 성지마다 아이들이 꽃을 사라거나 손을 벌리면 나눠 주기 위해서다. 100달러 정도를 소액 루피로 바꾸면 양이 만만찮은데 적은 돈이지만 그들에게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에 주는 손도 조심스럽다. 가이드들은 절대 돈을 던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서로 돈을 가지려고 다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북한 관광에 나선 중국인들이 길거리의 아이들에게 오리 먹이 주듯 사탕을 던지는 등 추태를 부리고 있다고 최근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북한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전혀 없는 꼴불견 중국 관광객도 문제지만 무례를 참을 수밖에 없는 북한의 처지도 딱하다. 중국 관광객들로 인한 소란과 잡음이 커지자 중국 국가여유국은 해외에서 문제를 일으킨 자국민에 대해 처벌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과거 한국 관광객의 매너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품위 없는 행동으로 많은 지탄을 받은 적이 여러 번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특유의 돌출 행동은 여전하다. 선진 시민 의식은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려 깊음에서 출발한다. 선의가 자칫 상대를 업신여기고 모욕하는 일이 되지 않도록 유념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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