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백일장] 시2-숲

최백규(대구 서구 비산1동)

숲을 걷는다. 나무가 먼저 내딛고 내가 따라 걷는다.

봄이 진 자리에 남은 것 없이 맴도는 아카시아 향기

아직 처음 만남을 잊지 못한 빗방울 떼의 첫 키스와

나무를 타고 흘러다니는 그리운 것들에 정든 이름을 가만히 불러 주었다.

그렇게 한창 모두가 외로울 때, 봄바람 살랑거리고

이대로 시간이 멈출 것만 같아, 숨을 죽였어

초록 들판의 휘청거림 구름 너머 파랗게 흘러가다 저 끝자락까지 닿아볼 수만 있다면!

중력의 반대편으로 마음껏 날아다니다 처음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텐데

이제는 나도 더 이상 숨지 않을 것이다. 너에게 먼저 손을 내밀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해

해가 기울어가고 나무 그늘 젖으면, 숲이 저물겠지만….

◇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양종균(대구 수성구 상동)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

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

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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