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순(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지난밤 새 심한 천둥과 번개로 밤잠을 설쳤습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그리운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험한 날씨만큼이나 모진 세월을 사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시리고 아파서 눈물이 났습니다. 어찌 그 세월을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등이 휘도록 일을 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어머니의 삶.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 일과는 해가 지고도 한참 뒤에야 끝이 나곤 하셨죠. 그렇게 어머니의 하루는 짧기만 하셨습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몫까지 담당하시느라 힘드실 때도 내색하지 않고 버텨오신 어머니. 얼마나 힘드셨어요? 연약한 몸으로 잘 견디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몸소 보여주신 어머니의 그 강인함과 부지런함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어머니가 가장 예뻐하시던 셋째 딸이 어머니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되었네요. 이렇게 훌쩍 미국까지 떠나와서 사는 게 얼마나 큰 불효인지. 이제 제 나이 오십이 넘고서야 어머니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전화하셔서 "얼굴은 못 보아도 목소리는 들어야지" 하시던 어머니 그 목소리 귀에 쟁쟁히 울립니다. 뵈러 갈게요. 언제나 집에 갈 때마다 늘 기다리시던 시골 모퉁이 길. 어린 아들 손잡고 달려가던 그 길엔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었지요?
하지만, 우리 모자를 반겨주시던 어머니의 미소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셨습니다. 그 길에서 다시 만나 함께 걸으며 지난날을 얘기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어머니! 당신이 계셔 우리 육 남매는 행복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셋째 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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