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푸른 눈의 동양인' 헤르만 헤세

한 아이의 엄마가 말했다. "이 4살된 아이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지력과 굳은 의지를 갖고 있어요." 작가 헤르만 헤세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아이였다. 10살 때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왔고 자살을 기도했으며 일반 학교에서도 퇴학을 당했다. 학교를 나온 헤세는 공장 견습공, 서점 직원을 전전했다. 방황과 탈선으로 얼룩진 이 10대 소년을 바로잡은 것은 문학이었다. 14살 때 헤세는 "시인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피나는 노력 끝에 독학으로 광범위한 지식과 통찰력을 쌓았고 그 결과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 문학사에 길이남을 명작들을 써냈다.

헤세는 독일 낭만주의의 마지막 기사이자 비정치적 정치자, 아웃사이더였다. 그는 선과 악, 이성과 감성의 이질적 대립을 넘어선 통일과 초월을 꿈꿨다. 또한 석가, 공자, 노자 등 동양의 성자들과 인도 사상에 심취했다. 노자 연구가였던 그의 아버지와 일본학을 전공한 외삼촌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헤세는 자신의 전생이 히말라야 산중의 은둔자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히피들로부터 '성자'라는 칭송까지 들었던 이 '푸른 눈의 동양인'은 1962년 오늘 몸을 벗었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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