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6역을 하는 멀티맨이라 연기상은 생각도 못 했는데, 수상하게 되어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
6일 막을 내린 제11회 김천국제가족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김재권(44'대구시립극단 단원) 씨. 현대사의 비극을 간직한 아버지의 슬픈 자화상을 다룬 작품으로 올해 대구에서 앙코르 공연까지 한 '개장수'에서 1인 6역의 멀티맨 역을 감칠맛 나게 소화해, 관객뿐 아니라 심사위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6역은 이발사 친구, 보신탕집 아줌마, 동물보호협회 외국인, 술집 작부, 주인공 아들, 국가정보원 직원. 4역은 남자지만 2역은 여자다. 이렇다 보니, 김 씨는 무대 위에서 바쁘디 바쁘다. 의상은 물론 성별'나이'말투 등에서 극과 극을 오가기 때문에 그런 모습만 봐도 관객은 빵빵 터진다. 이런 와중에 엉겁결에 날리는 애드리브는 40, 50대 아줌마 관객들을 포복절도시킬 정도다. 평상시 숫기 없는 순수한 표정의 김 씨는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180도 달라진다. 일상생활에선 말수도 별로 없을 정도로 내성적이지만, 조명'음향이 들어온 무대에서는 놀이터에 놀러온 아이처럼 편안하게 논다.
김 씨는 어려웠던 학창시절(아버지와 형님은 섬유공장, 어머니는 막노동)에 동네 삼류극장에서 중국 무술영화, 007 시리즈 등을 보면서 영화배우를 꿈꿨다. 이 어릴 적 꿈은 삶의 현실에 산산이 무너졌다. 백화점 판매직, 택배기사, 학생가방 공장 직원, 비디오영화 배급회사 직원 심지어는 다단계 판매원까지 닥치는 대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에 내몰린 것.
이런 가운데서도 그는 1995년 '지금 연기를 시작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극단 단원 모집'이라는 광고를 보고, 지역극단 '가인'을 찾았다. 그리고 열정 하나만으로 배우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부인도 그곳에서 만났다. 올해 3월에는 대구시립극단에 입단해, 막내(나이로는 아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대구연극제 우수연기상, 2008년 대구연극제 최우수연기상, 2008년 전국 소극장 네트워크 페스티벌 연기상에 이어 올해 김천국제가족연극제 우수연기상까지 받았다.
그의 마지막 멘트는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이가 아버지 직업란에 큼지막하게 '배우'라고 쓰는 것이 더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연기를 잘하는 명품 대구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대구 연극판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김재권을 명품 배우로 알아주면 더 좋죠."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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