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와 청와대가 회담 형식을 두고 벌이는 기 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단독회담을 재요청했던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향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다시 3자 회담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7일 유감을 표명한 뒤로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회담의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8일 "대통령과 담판으로 국회 일을 종결짓겠다거나, 정당이 할 일을 대통령과 담판으로 풀려는 생각은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며 "야당은 5자회담을 거부하려면 의제 중에 원내 일이 없음을 먼저 밝히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이어 "보다 근본적으로 양자회담으로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회담을 해 뭘 하려는지 사전에 분명히 성격을 밝혀야 한다"며 "원내 문제가 포함됐다면 5자회담을, 그게 아니라면 민주당이 정례화하자고 주장해온 3자회담을 해 의견교환을 하는 자리를 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황 대표의 제안에 심재철'정우택 최고위원도 힘을 실었다. 심 최고위원은 "기 싸움보다 정국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며 "청와대가 제안한 5자회담도 좋지만, 황 대표가 제안한 대로 3자회담으로 막힌 정국을 풀어나갈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다.
정 최고위원도 "청와대와의 조정을 통해 3자회담으로 (여야) 관계 회복의 물꼬를 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황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대변인이 천막당사로 가서 손을 내미는 등 여당이 큰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다시 떠오른 3자회담 논의에 대해선 민주당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8일 "황 대표가 제안한 3자 회담에 대해 고려하고 있진 않지만, 청와대가 정식으로 제안해 온다면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김한길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일대일 단독회담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는 않고 있다. 배재정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조건 없는 영수회담'을 제의했고 노 전 대통령은 받아들였다"며 일대일 회담을 촉구했다.
하지만, 다시 내놓은 3자 회담 카드가 유력한 정국 해법이 될 가능성도 있다. 회담 형식을 두고 벌이는 여야의 신경전이 뚜렷한 성과 없이 기 싸움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정치권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이를 막아보자는 기류도 있다.
김 대표도 이날 "엄중한 정국을 풀자고 단독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청와대가 5자 회담을 역제안해서 기 싸움으로 흘러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청와대를 설득해 3자회담 정례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낸다면 김 대표도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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