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청사는 정부에 의해 잘못 지어진 대표적인 건물로 지목될 정도로 화려한 외관에 비해 불필요한 공간과 과다한 냉난방 비용으로 오명을 떨쳤다. 여름철만 되면 시행되는 절전 운동 때문에 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무더위와 싸우느라 대민행정에 전력을 쏟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했다.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를 고민하던 박승호 시장은 지난 2007년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아세안(ASEAN)+3 정상회의'를 떠올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 각국 정상들이 입고 나온 옷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은 것에 주목했다. 필리핀 정통 의상인 '바롱'이라는 이 옷은 마치 엷은 긴팔 와이셔츠를 입은 것과 비슷했는데, 완전한 서구식 정장을 차려입기 부담스러운 필리핀의 무더운 기후 조건을 감안해 만들어졌다. 이 옷은 정상회의 이후 세계적 브랜드가 됐고, 국가 공식행사 때도 의전화돼 있을 정도다.
박 시장은 작년 여름 정부의 에너지절약 운동에 맞춰 포항에 쿨맵시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앙부처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무원들에게 티셔츠나 청바지 등 편한 옷차림을 권장했지만, 민원인을 대하기에 뭔가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장은 아니지만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 캐주얼 셔츠를 개발한 것. 시화(市花)인 장미 문양으로 디자인된 쿨맵시는 감색과 파랑, 다홍 등 3종으로 제작해 원하는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해 입도록 했다.
옷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4만원 정도의 옷값을 투자해 몇 년 동안 입을 수 있는데다 소재가 시원하고 세탁도 쉽기 때문이다.
이 옷은 평상 근무복 외에도 여름에 개최되는 포항국제불빛축제 때는 '손님맞이 정장'으로 활용돼 국내'외 손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포항시는 여름철 넥타이를 매지 않는 대신 쿨맵시를 입으면 체온을 약 2.4℃ 낮추는 효과가 있어 연간 39만TOE의 에너지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목의 혈액순환을 돕고 두뇌회전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상식.
자치행정과 고원학 의전 담당은 "옷에 신경 쓰지 않아 좋고 더위도 쫓을 수 있어 편하다. 포항에서 시작된 쿨맵시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돼 국민들의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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