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는 지시를 강조하자 정부 부처 간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외교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 분야의 국제개발사업 협력에 합의하는 MOU를 체결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외교부와 국토교통부가 공적개발원조(ODA) 등에 협력한다는 MOU에 서명했다. 지금까지 정부 부처 간에 체결된 MOU가 10여 개에 이를 정도이다.
MOU는 정식 협정에 앞서 투자'지원 등의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문서로 민간 기업끼리, 혹은 정부 부처나 지방 정부 등이 기업과 맺는 형태가 많다. 칸막이 문화를 없애려는 것이라지만 정부 부처 간에 MOU를 맺는 모습은 생경할 수밖에 없으며 전시 효과를 노린 측면도 없지 않다. 외교부와 국토교통부의 공적개발원조 협력 등 상당수 MOU는 통상적인 업무를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칸막이 문화는 지금까지 부처 이기주의, 부처 간 영역 다툼, 책임 떠넘기기 등의 폐해를 빚어냈다. 예산과 인력이 늘어나는 업무에 대해서는 다른 부처 소관이라도 가져오려 하고 관할권을 지키려 하거나 다투고 사건'사고 등은 원인을 따져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태가 비일비재했다. 자기 영역만 챙기고 다른 부처 일은 나 몰라라 하는 부처 이기주의에 파묻혀 국가적 과제에 걸림돌이 되는 부작용도 일어난다.
대통령이 칸막이를 없애라고 한 것은 이러한 폐해를 덜어내는 데에서 나아가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위해 부처 간 경쟁과 갈등을 피할 수는 없지만, 각 부처가 부처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정책의 국가적 목표에 집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전시성이 깃든 부처 간 MOU 체결로 접근할 만큼 간단하지가 않다.
'칸막이 없애기'는 대통령의 지시와 부처가 알아서 하는 형태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통괄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 수평적 관계의 각 부처가 MOU 체결 정도로 반응하는 것도 통괄 조정 기능의 부재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과 경제 부총리가 맡은 기존의 총괄'조정 제도를 잘 살리는 한편 국무조정실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임시 기구를 설치해 칸막이 문화의 폐해를 진단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칸막이 없애기'를 시스템화하고 궁극적으로 협업 문화를 이식하는 단계로까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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