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빨간 호랑이 유니폼 '트라우마'

삼성, 초반 기선제압하다 불펜·포수 연이은 실수…KIA전 연승 행진 마감

'빨간 호랑이 유니폼 악령 때문인가.'

삼성 라이온즈의 KIA 타이거즈전 연승행진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끊겼다.

11일 삼성은 광주구장에서 KIA에 5대6으로 역전패를 당해 그동안 이어오던 시즌 KIA전 11연승을 마감했다. 삼성은 여전히 KIA에 시즌 전적 12승2패로 앞서 있으나 이날 다 이겼던 경기를 내주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2경기 차로 삼성을 쫓던 LG가 잠실에서 두산에 승리를 거두며 삼성은 1경기 차의 아슬아슬한 선두를 유지했고, 늘 자신만만했던 KIA에 역전패를 당하면서 팀 분위기가 가라앉게 됐다. 이 때문에 삼성은 13, 14일 선두자리를 둔 최대 승부처인 LG와의 홈 2연전에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됐다.

이날 삼성은 '올드 유니폼 데이' 행사로 옛 해태 시절 '빨간 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나온 KIA를 초반부터 두들기며 연승을 이어가는 듯했다. 상의 빨간색에, 하의 검은색 해태 유니폼은 프로 출범부터 1990년대까지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호랑이군단의 상징. 삼성도 예외가 아니어서 번번이 해태에 막혀 한국시리즈 우승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는 데다, 올 시즌 호랑이 잡는 사자의 위용을 떨치는 삼성은 옛 해태 시절의 향수에 빠진 광주 KIA팬들에게 삼성의 푸른 사자 유니폼의 힘을 보여주려는 듯 경기 중반까지 5대2로 앞서갔다.

2회말 안치홍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4회초 박한이의 역전 2점 홈런과 박석민, 조동찬의 타점으로 4대1로 앞서간 삼성은 4회말 다시 이범호에게 추격의 1점포를 내줬지만 6회초 대타 우동균의 적시타로 3점차의 리드를 지켰다.

하지만, 옛 악령은 가장 믿었던 불펜 투수와 베테랑 포수의 어이없는 실수로 되살아났다.

6회말 잘 던지던 윤성환이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2루타를 맞고, 2명의 타자를 잡아냈으나 최희섭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삼성은 불펜 핵 안지만을 투입, 승리 지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안지만은 첫 타자 안치홍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이종환 타석 때 폭투로 1점을 헌납했다. 이어 계속된 2사 2, 3루서 이종환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며 순식간에 5대5 동점을 내줬다.

안지만은 통산 100홀드 달성에 실패했고, 윤성환의 승리까지 날려버렸다.

긴장감이 감돈 경기는 또다시 삼성의 실수로 깨졌다. 8회말 삼성은 2사 3루서 신용운이 던진 공을 포수 진갑용이 제대로 잡지 못해 3루 주자가 홈을 밟도록 했다. 잡을 수 있는 공이라 판단한 기록원은 포수 진갑용의 패스트볼로 기록했고, 이 점수는 삼성의 KIA전 연승행진을 마감하는 결승점이 됐다.

2위 LG는 잠실에서 두산을 3대1로 꺾었다. 한화는 목동에서 넥센을 6대3으로 물리쳤고, 문학에서는 SK가 롯데를 4대3으로 제압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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