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혼 두 달 앞두고 철창 신세 된 예비신랑

9일 대구 동구 신천동 새마을금고에 침입해 5천여만원의 현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는 A(33)씨는 결혼을 두 달 앞둔 예비신랑이다. 범행 동기는 혼수비용 마련이었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개인 부채도 범행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공장에서 주류제품을 도매로 받아 주점과 음식점 등에 납품해온 A씨는 올해 10월 6일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A씨의 수중에는 현금이 모자랐다. 빚까지 A씨의 발목을 조였다.

A씨와 예비신부 B(33) 씨는 은행에서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6월 30일 미리 혼인신고를 해둔 터였다. B씨의 명의로 9천만원을 대출받아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를 신혼집(약 86㎡)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아파트 수리비용과 집안 살림을 장만할 비용 1천만원이 더 필요했다. 설상가상으로 A씨의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올 3월부터 거래하던 주점과 식당이 문을 닫는 등 거래처가 하나 둘 끊기면서 수입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월 400만~500만원이던 매출액은 최근 200만~300만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순수익은 더 떨어졌다.

결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A씨는 빚을 냈지만 어림도 없었다.

경기불황 탓에 어느 것 하나 쉽게 되지 않았다. A씨는 새마을금고를 털었다. 2천400만원은 혼수비용과 사업자금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 혼수 구입에 600만원, 아파트 수리비용으로 320만원, 개인빚을 갚는 데 500만원, 주류 등을 구입하는 사업자금으로 800만원, 카드대금과 공과금으로 180만원 등을 썼다.

A씨는 경찰에서 "사업 거래처가 줄어 매출이 떨어졌고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마련하는 데 돈이 필요했다"며 "돈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새마을금고를 털게 됐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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