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패션산업硏 주업무, 연구보다 패션쇼?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지역 전문생산연구원 가운데 R&D가 가장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의 상당 부분을 대구시와 경북도 등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단순 '패션'지원 업무에 그치고 있어 무늬만 연구원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생산기술연구소발전협의회 발대식을 했다. 전국 14개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전문연구원의 발전방안 등을 건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14개 전문연구원의 개요가 소개됐다.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패션연은 지난해 예산 139억8천600만원 가운데 R&D는 12.0%에 불과,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4개 전문연구원의 평균 R&D 비중은 58.7% 였으며 지역 내 섬유관련 연구원인 다이텍연구원은 63.2%,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55.3%, 한국섬유기계연구원은 82.1%에 달했다.

한 관계자는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의 R&D 비중이 2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연구원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며 "기술지원 분야 역시 단순 패션쇼와 행사 등에 치우쳐져 있어 '연구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고 말했다.

반면 패션연의 기술지원은 75.1%였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기술지원 분야가 패션쇼 등 행사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필요한 '연구'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패션연이 대구시의 예산 의존도가 높은 것도 자체적으로 R&D를 통해 국가 예산을 따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 2012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30여억원의 사업비 중 40여억원이 지자체로부터 나왔다. 업계는 운영비, 인건비 등을 제외했을 경우, 사업비의 70~80%가 지자체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지자체 예산 의존도가 높아 눈치 보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패션'이라는 특징이 R&D와는 다소 거리가 먼 부분이다"며 "그러다 보니 지자체 예산 지원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수억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 지원이 올해를 끝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대구시와 경북도의 예산도 삭감될 것으로 보여 지금의 낮은 R&D 비중을 늘리는 등 자구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10억원 가량의 경북도 예산이 내년에도 그대로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패션에 치우친 인력과 구조를 바꾸고 R&D 아이템을 발굴해 지자체 의존도를 낮춘 양질의 연구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패션연 김충환 원장은 "R&D 비중이 작은 것은 분명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올 들어 R&D 사업을 여러 건 따오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지자체 예산 의존도를 낮추면서 패션과 봉제의 균형을 맞춘 제대로 된 연구기관으로의 변화를 목표로 장기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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