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40년 만에 프레임 변경…'홀인원' 향해 질주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브랜드는 폭스바겐이다. 그동안 BMW와 벤츠에 비해 상대적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최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런 폭스바겐 돌풍의 핵심에는 골프가 있다. 골프는 폭스바겐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모델 중 하나로 '해치백 교과서'라 불린다. 폭스바겐의 주력 모델인 골프가 진화를 거듭한 끝에 7세대 모델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번엔 구조 자체를 바꿨다

골프는 1974년 처음 생산된 이래 지금까지 7번 모델 변경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변경은 좀 특별하다. 뼈대를 구성하는 차량 제작 방식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7세대 골프는 폭스바겐의 차세대 생산방식인 'MQB'(가로배치 엔진 전용 모듈 매트릭스)를 기반으로 생산된 첫 번째 차량이다. 그 덕분에 7세대 골프는 길이 4천225㎜, 폭 1천800㎜, 높이 1천450㎜로 6세대 모델에 비해 55㎜가 길어지고 15㎜가 넓어졌다. 특히 높이를 28㎜ 낮춰 안정감을 높였으며 몸무게도 100㎏을 감량해 날렵함이 더해졌다.

차체가 커진 만큼 실내 공간은 더 넓어졌다. 시트 포지션이 넓어지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던 이전 세대와 차별화된 느낌을 준다. 트렁크 공간도 350ℓ에서 380ℓ로 늘어나면서 골프백 2개를 거뜬히 실을 수 있다.

실내 디자인 또한 변화를 줬다. 센터페시아를 정면이 아닌 운전자 방향으로 배치해 운전자가 각종 버튼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고 시각적으로도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했다. 또 버튼식 오디오를 터치식으로 바꾼 점도 눈에 띈다. 외부 디자인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새롭게 디자인된 헤드라이트와 좁아진 라디에이터 그릴, 낮게 형성된 측면 직선라인으로 인상이 한층 더 강인해졌다.

'프리미엄의 대중화'를 표방하며 첨단 사양을 추가한 것도 특징이다. 7세대 골프에 장착된 첨단 사양 중 대표적인 것은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2차 충돌을 막기 위해 차 스스로 제동을 걸어 속도를 시속 10㎞까지 낮춘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한 운전자 보호장치다.

도로 상황에 따라 운전 모드(노멀, 스포츠, 에코, 인디비주얼)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과 코너링 시 바퀴에 걸리는 제동력을 다르게 조정해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XDS(전자식 디퍼렌셜 록), 피로경보시스템도 더해졌다. 피로경보시스템은 운전자가 피로를 느끼면 운전대에 과도한 힘을 주게 되는 현상을 차량이 인식, 계기판에 휴식을 취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직물과 인조가죽으로 된 시트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을 연출했다. 내비게이션이 빠져 있는 점도 옥에 티였다. 가죽시트와 내비게이션 등을 장착한 2.0 TDI 프리미엄 모델은 올 9월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사양은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7세대 골프의 판매가격은 1.6 TDI는 2천990만원, 2.0 TDI는 3천290만원이다. 이는 6세대 모델이 비해 각각 20만원 저렴해졌다.

◆탄탄한 주행 성능 뽐내

시승은 2.0 TDI 모델로 했다.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앉으니 한결 낮아진 시트 포지션이 안정감을 선사했다. 직물과 인조가죽 혼합 시트도 몸을 감싸는 정도가 적당해 승차감을 높여줬다.

시동을 걸자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실내로 유입됐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골프의 정숙성은 무난한 편이다. 가솔린 차량에 비하면 소음이 심한 편이지만 디젤 차량치고는 소음을 잘 잡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주행력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시승 모델인 2.0 TDI는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2.6㎏'m로 골프 특유의 탄탄한 주행 성능을 뽐냈다. 다소 묵직하게 느껴지는 가속페달에 힘을 주는 만큼 속도가 올라갔다.

특히 차체 중량이 100㎏ 가벼워지면서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순식간에 시속 100㎞에 도달했다. 기존 모델에 비해 한층 향상된 제로백(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 TDI 기준 골프의 제로백은 6세대 9.3초에서 7세대는 8.6초로 단축됐다.

경쾌한 운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속도계가 시속 160㎞까지 무리 없이 반응했다. 가속력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어디까지 나갈까'라는 호기심에 가속페달에 힘을 더 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속도로 사정상 속도를 더 올리기에는 무리였다. 국내 도로 여건상 힘이 남아도는 느낌이었다.

안정감도 돋보였다. 스티어링 휠뿐 아니라 브레이크페달, 가속페달이 적당히 무거워 안정적인 조작이 가능했다. 코너링에서는 차체를 잡아주는 힘이 좋아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코너링 시 접지력을 높여주는 XDS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주요 사양

-차세대 생산방식인 'MQB' 기반으로 생산.

-기존 모델에 비해 길어지고 넓어진 것이 특징.

-차체 중량도 100㎏ 감량해 날렵함 향상.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적용.

-코너링 시 주행 안정력 높여주는 XDS 채택.

-사양은 업그레이드됐지만 가격은 20만원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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