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가 주최하는 몽골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Noma dic Arts Residence Program, 이하 NAR)은 동북아시아 중요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와 몽골이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2006년 문화예술 교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몽골예술위원회(Arts Council of Monglia)가 제안한 첫 기획교류사업으로 2008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했다.
8월 1일 리우, 이도현, 김규형, 나영오, 윤동희 등 대구지역 출신 5명의 예술작가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13년 몽골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Time and Space'에 참가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뜨거운 사막의 나라 몽골로 향했다. 11일까지 이어진 그들의 예술여행을 김은진 경산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동행하며 살피고 기록했다. -편집자주-
몽골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중요 개념인 노마드(Nomad)는 '유목민' '유랑자'를 뜻하는 용어로, 프랑스의 철학자 질들뢰즈가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노마드의 세계를 '시각이 돌아다니는 세계'로 묘사하면서 현대 철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은 용어다. 레지던스(Residence)는 '정주' '거주'를 뜻하는 용어로, 특히 예술가 레지던스(Arts Residence) 개념은 예술가들에게 일정기간 작업실을 제공하여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창작여건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몽골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유목문화, 이동생활로 대표되는 노마드 문화인 몽골문화와 농경문화, 정주생활로 대표되는 정주문화인 한국 문화 간의 문화예술 교류를 뜻하는 것으로, 문화예술가들이 본래의 생활권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예술창작을 하며 새로운 창작의 동력과 인적 교류 등 양국의 문화를 교류하고 소통하는 대표적인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다.
몽골 노마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매년 프로젝트 기획 공모를 통하고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서 기획자 1명과 예술작가 5명으로 구성된 1팀을 선정하는데, 올해 2013년 제6기 몽골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필자를 비롯하여 대구지역 출신 5명의 예술작가들로 구성된 팀이 선정되어서 예술 창작 활동과 문화 교류를 위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몽골로 떠나게 되었다.
우리 팀의 2013년 몽골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프로젝트는 BI-BISH(비비시) 프로젝트이다. 'BI'(비)는 몽골어로 '나는' 이라는 뜻이고, 'BISH'(비시)는 '아니다' 라는 뜻이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함축된 뜻을 다시 표현하면 BI-BISH의 뜻은 '나는 내가 아니다'로 의역할 수 있다. 다시 말해 BI-BISH 프로젝트는 '나는 내가 아니다' 프로젝트이다. 나는 내가 아니다.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
몽골의 유목문화(Nomadic)와 한국의 정주문화(Regidence)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정주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 몽골 여행 11일은 환경은 물론이고 문화적인 면에서도 충격이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익숙한 한국문화(정주문화)를 고집하지 않았다. 해서 새로운 몽골문화(유목문화)를 반복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안에 몽골문화에 적응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문화적 차이의 반복을 통해 변화의 충격을 이겨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나는' 몽골에 오기 전 한국에 있던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이 일상이든 예술적이든 우리가 느끼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몽골인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에 다름 아니라는 현실과 조우했을 때, 떠나온 한국이라는 비현실적 공간의 나의 모습보다 몽골이라는 현실적 공간에 있는 내가 더 원초적인 나의 모습은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나는 내가 아닌 곳에서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는 철학자 라깡의 말처럼, 어디에 존재하는 나의 모습이 원형의 나일까? 나는 누구일까? 이 질문이 우리의 몽골 예술창작활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우리 팀의 구성은 기존의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젝트팀과는 차별성이 있다. 매년 현대미술을 전공한 기획자와 예술가들로 구성되었던 팀이 올해는 역사고고학을 전공한 필자와 예술작가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합이 가능했던 것은 역사와 예술 모두가 궁극적으로 근원을 복원하고 자기 성찰을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분야와의 만남과 소통은 예상하지 못했던 영감과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 우리 팀은 머리를 맞대고 역사와 예술이 만나는 합일점을 생각해내고 예술적 창작 행위를 생각하였다.
비비시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분야의 역사와 예술이 만나서, 예술적 영감을 발휘한 고고학적 퍼포먼스 행위를 통하여 어쩌면 하나였을지도 모르는 먼 과거로부터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세계와 소통하고 새로운 나를 찾는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지난 11일 동안 몽골에서 비비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역사와 예술 간의 소통, 한국과 몽골문화와의 소통, 한국작가들 간의 소통, 한국작가와 몽골작가들 간의 소통 등 모든 소통 대상들을 향하여 예술적 영감을 발휘한 모든 행위들을 풀어내고 토해냈다.(몽골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 전시 및 사막 프로젝트는 20일 본지 미술면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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