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에, 현재를 알려면 시장에,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으로.'
무더위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럴 때 '시원한' 도서관을 찾아보면 어떨까. 도서관은 책과 함께 생각과 꿈이 자라는 곳이다. 책 읽기가 지루하다면? 도서관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연령대에 맞게 유익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일종의 교육문화센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공공도서관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과 도서관을 100%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소개한다.
◆도서관,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
9일 오후 8시 찾은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수성구립용학도서관 어린이자료실. 초교 4, 5학년 학생 25명이 5명씩 조를 나눠 이리저리 몰려다니느라 시끌벅적했다. "야, 이쪽이야!" "하나 찾았어." 조용한 도서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 아이들은 '1박 2일 도서관 캠프'에 참가해 첫 코너인 '도서관에서 살아남기'를 즐기는 중이었다.
남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독서마루'조 아이들은 도서관 운영진이 나눠준 7개의 도서 분류 기호에 따라 책 7권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그들이 찾은 책 속엔 그림 조각이 하나씩 들어 있었고 가장 먼저 운영진 앞에 도착해 7조각을 모으자 그림 하나가 완성됐다. 다른 조도 속속 첫 미션을 완수했다.
완성된 그림을 뒤집자 다음 미션을 진행하는 데 쓰일 책 제목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다시 서가로 뛰어가 책을 찾은 뒤 책 속 내용을 간단한 역할극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미션은 책 내용에 관련된 문제를 10개씩 풀기. 각 조는 새 미션을 빠르고 정확히 해결한 순서대로 운영진이 만든 화폐를 차등 지급받았다. 아이들은 이 돈으로 운영진이 준비한 음식 재료를 구입, 식빵 피자를 만들어 먹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아이들은 자료실 한쪽에 쳐놓은 텐트에 들어가 잠에 빠져들었다.
용지초교 4학년 김수현 양은 "함께 오자고 한 친구와 다른 조가 된 게 아쉽지만 금방 다른 아이들과 친해져 괜찮았다"며 "함께 애니메이션(시끌벅적 방학숙제 대소동)도 보고 책도 읽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했다.
동구청이 운영하는 안심도서관도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프로그램 '반딧불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과 올해 초에 이어 지난달 말 세 번째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독서 활동 외에도 도서관에 인접한 금호강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등 참가 학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서구청의 서구어린이도서관에서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꿈나무 미술공원'. 지난 5월 매주 토요일 도서관 인근 공원에서 서구문화원이 소개한 강사들이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강좌를 열었다. 마지막 주 토요일엔 미술경연대회도 마련했다. 도서관 직원 박정국 씨는 "반응이 좋아 10월에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달 20일 달서구립본리도서관은 사람이 책 역할을 맡아 대출자와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서관'(Human Library)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영진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변외진 교수 등 6명이 사람책 역할로 초빙돼 주민들과 만났다. 도서관 조은혜 관장은 "현재 40여 명의 사람책이 등록돼 있으며 매월 이 프로그램을 열 것"이라고 했다.
북구청 산하 구수산도서관은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곳. 2011년부터 도서관의 '어머니 동화구연반' 수료자들이 '신나는 동화구연교실'을 운영 중이다. 또 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어자원봉사자 모임 'RAD'(Read Aloud Daegu) 회원들이 2009년부터 매달 둘째, 넷째 금요일과 매주 토요일로 나눠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구립도서관뿐 아니라 각 시립도서관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목요시민책마당'은 중앙도서관이 2003년 1월부터 이어온 프로그램. 매월 첫째 주 목요일이면 미리 선정한 책에 대한 강연에 이어 토론의 장이 펼쳐진다. 이달 1일에는 경북대 사학과 주보돈 교수가 '역사 속의 대구, 대구사람들'(대구'경북역사연구회 지음)에 대해 강의했다.
한국과정사상연구소와 연계해 매주 수요일 인문학 강좌인 '통청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수성도서관은 또 하나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구대 인문학연구소와 손잡고 10월 4일부터 11월 8일까지 매주 금요일 6회에 걸쳐 '도서관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는 것. 이달 28일부터 참가 신청(053-740-5531)을 받는다.
◆도서관, 이런 서비스도 해드려요.
스마트 시대에 걸맞게 공공도서관도 진화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말 시작한 '대구전자도서관 서비스'. 대구 공공도서관 회원이면 언제, 어디서든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대구시 대표 도서관 홈페이지(http://hub.tglnet.or.kr)에서 대구전자도서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다. 전자책 외에도 이용 가능한 자료는 오디오북, 국내 학회지 원문 DB, 음악 라이브러리. 종이책 검색과 대출 예약, 희망 도서 신청, 대출 현황과 대출 이력 조회 등 다양한 부대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반드시 그곳에 반납해야 하는 게 번거롭다면 가까운 공공도서관을 찾아 '공공도서관 통합도서서비스' 회원으로 가입하자. 회원일 경우 통합도서서비스 참여 도서관 사이에서는 책을 빌린 곳이 아닌 다른 도서관에 반납하는 게 가능하다. 대출, 반납한 자료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도 있다. 대구 경우 중앙도서관 등 9개 시립도서관과 서구어린이도서관, 북구 구수산도서관, 달서구립도서관(달서어린이'도원'본리'성서도서관), 수성구립도서관(범어'용학'고산어린이'물망이'책숲길'파동어린이'사월역도서관) 등 13개 구립도서관이 이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도서관 소장 자료가 적어 불편하다면 '학교도서관 택배서비스'를 이용해보자. 대구시립도서관이 소장한 책을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학교도서관 담당자가 시립도서관의 학교도서관 지원 부서에 전화(시립중앙도서관 경우 053-420-2740)로 택배 대출을 신청하면 주 1회 배송해준다. 대출 기간은 20일. 책을 반납할 때도 택배(착불)를 이용하면 된다.
최근 늘고 있는 작은도서관을 위한 서비스도 있다. 대구시립도서관은 상대적으로 자료가 부족한 지역 공'사립 작은도서관을 지원하기 위해 순회대출문고를 운영한다. 시립도서관의 이동문고 소장자료를 한 번에 300권 정도씩, 3, 4개월 주기로 순회 대출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작은도서관들은 20일부터 27일까지 순회대출문고 희망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의는 시립중앙도서관 도서관정책과 053)420-2786.
다만 시립중앙도서관의 설비 교체 공사 관계로 이들 서비스는 17일 이후 이용 가능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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