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서 러브콜 있지만
# 한순간의 소모품은 싫어
# 충분히 준비하고 진출할 것
발적이다.
배우 하정우(35)를 향한 관객의 충성도 말이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시작 전부터 '설국열차'에 밀리는 듯 보여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예측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대등하게 맞대결하고 있다. 아직 라운드가 끝나지 않은 상황인 데 여전히 접전이다.
하정우라는 '믿고 보는 배우'의 힘 덕이다. '더 테러 라이브'는 마포대교 폭탄 테러라는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 방식이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하정우의 연기가 명불허전임을 또 한 번 느끼게 한다. 하정우가 없었다면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까?
하정우는 6개월 전 영화 '베를린'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며 "이제 흠잡기 시작할 텐데…"라고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관객은 여전히 하정우를 사랑하고 믿고 영화를 본다.
하정우는 400만 관객을 달려가는 영화의 흥행이 좋으면서도 "기대 이상으로 과분하게 사랑받는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기대감이 더 높아졌으니 "솔직히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이 흥행이 본인 혼자 잘해서가 아니라 "팀워크가 잘 맞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야구를 예로 들면, 추신수 선수가 류현진 선수에게 조언한 게 '야구를 잘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일단 팀 동료와 잘 어울리는 게 1번'이라 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이 제작팀에 들어가서 스태프와 감독, 배우들과 인간적으로 친구가 되고, 중요한 관계를 쌓아가는 게 1번인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 그 팀에서 어떻게 앙상블을 만들어낼까를 생각하는 거죠."
그는 신인 김병우 감독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사전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자신이 연기를 잘할 수 있었고, 괜찮은 영화가 나왔다며 공을 돌렸다.
"무전기나 휴대전화, 내선전화 울리는 것 등 모든 것이 실제 상황과 똑같이 작동됐어요. 폭탄이 터져 충격이 오면 실제 세트 건물이 흔들렸죠. 긴장감이 진짜로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짐벌'(Gimbal)이라는 움직이는 세트장도 처음이었고요. 순차적으로 찍은 것도 연기가 잘 나오게 된 이유가 된 것 같아요. 비주얼적으로는 제가 주로 나오지만 주변에 많은 것들, 특히 청각적으로 수많은 음이 혼합돼 영화를 이끌어 갔다고 할 수 있어요."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가 연출 데뷔하는 영화 '롤러코스터' 이후 참여하게 된 작품이다. 하정우는 "감독의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라고 웃으며 연출에 도전한 후 연기는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가 깊어졌음을 전했다. "소통하는 부분들이 더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밀도가 높아진 느낌이기도 하고요. 또 감독님이 신인이시고, 스태프들도 열정적이다 보니 이번 작품에는 더 제대로 뭉쳐 파이팅 하자고 달려든 것 같아요."(웃음)
사실 하정우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두 차례 정도 '더 테러 라이브' 출연을 거절했다. '베를린'을 끝내고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롤러코스터' 후반 작업도 해야 했다. 아울러 잠시 쉬다가 '군도: 민란의 시대'를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제작사 씨네 2000 이춘연 대표로부터 도와달라는 얘기를 전달받았고, 그렇게 읽어본 시나리오는 괜찮았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이 아쉽긴 하다. 테러범의 임팩트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정우는 이를 인정했다. "우리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부족함을 다들 조금씩 예상했었어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윤영화라는 인물에 중심 이동을 하고, 마지막에 감정을 강하게 키워 엔딩에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신했죠."
그는 기자 출신 베테랑 아나운서인 윤영화가 테러범의 협박에 당황해서 똑바로 카메라를 보지 못하는 장면도 있는데 베테랑 같지 않다는 지적에는 반론을 폈다. "귓속에 폭탄이 들어온 상황에서 긴장하고 당황한 걸 표출 안 하고 진행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영화적으로는 그렇게 표출을 하지 않았으면 재미가 떨어졌을 것 같아요. 차분하고 냉정한 사람이라도 '멘붕'도 와주고 약간 '졸아'줘야 관객이 같이 따라가며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정우는 할리우드로부터 출연 제의를 꽤 많이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생각은 없다.
"한국계 영화인 중 저를 보고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작품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당장 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이)병헌이 형도 오래 걸렸는데 저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았죠. 덥석 물기보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여건이 되면 LA에 조그만 집도 구해 더 준비하며, 사람들도 알아가고 하는 식이었으면 하거든요. 그렇다고 한국영화는 다 접고 가는 게 아니라 왔다갔다 병행할 거예요. 중요한 건 한순간 기획으로 끝나거나 소모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죠."
팬들은 하정우가 쉬지 않고 작품에 출연하며, 그림이나 영화 연출 등으로 너무 많은 걸 단기간에 보여주지 않느냐는 우려도 한다. 하지만 그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작품들을 보면 그런 티가 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하정우 본인의 마음가짐이 그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고 나이를 먹으면서 깨닫는 게 달라지잖아요. 저는 나이를 먹으면 표현의 기술이나 해석의 차이도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인간은 타고나는 걸 소비하며 사는 게 아니라, 재생산해 내는 건데 그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것이죠. 36살의 오늘과 37살의 오늘은 분명 다를 것이고, 결혼 전이나 후도 다를 게 분명해요. 40대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겠죠. 지금 저는 40대 역할은 잘하지 못해요. 40대 남자 눈의 깊이를 어떻게 연기하겠어요. 지금 관객은 30대 중반이 적역인 윤영화를 보는 것이죠."
'더 테러 라이브'는 불미스러운 일로 마감뉴스 진행자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국민 앵커 윤영화가 방송 중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테러범의 전화를 받게 되며 사건을 생중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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