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초 이야기] 작가

예술에서 한 분야의 프로급을 아티스트라 한다. 난초 분야는 창작이라기보다는 기술적 표현방법 쪽에 가까워 각종 시합과 대회, 전시회에서 작품 재현도와 완성도가 뛰어난 프로급의 사람을 가리켜 '작가'라 한다.

난초는 올림픽과 같은 세계대회에서부터 아시안컵, 그리고 국전과 시(市)연합 전까지 넓고 다양한 시합과 대회가 있다. 국가 간 또는 개인 간의 명예를 걸고 치러지는 대회가 해마다 있다. 우승을 하게 되면 개인의 영광은 물론 가문의 영광이 된다.

필자도 한때 선수 시절이 있었으며 39세 나이에는 세계대회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작가 반열에 도달하는 데는 보통 5~30년이 걸린다. 그러나 고도기술 보유자를 통해 체계적으로 이론과 실기를 배워 작품을 만들어 내면 단기간에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필자는 우수한 작가를 양성하기 위해 난초학원을 개설해 많은 작가를 배출하고 있다.

작가 반열에 오르려면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거의 식물생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수백 포기를 기르다 잘된 것 가운데 몇 개를 골라서 출품하는 과거 방식(1~3% 선발)은 효율성이 낮지만, 계량화된 과학적 매뉴얼을 통한 최신 방식(30~50% 선발)으로 하면 10개만 길러도 시합에 낼 수 있다. 필자는 한때 10여만원의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수백만원의 작품을 이긴 적이 있다.

일본에서 매년 치러지는 도쿄대전에서 우승하면 왕실에서 사람이 나와 벤츠 승용차를 부상으로 주는데, 무려 3번이나 대상을 움켜쥔 분도 있다. 이 작가는 "난초를 연인처럼 여기고 매일 본 결과"라고 했다. 참 의미심장한 말이다. 진정한 작품은 땀과 정성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땀과 정성은 본인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다. 한 가닥의 뿌리 상태를 보고 그 난의 꽃에 미칠 영향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시간이 더 흘러야 작가가 될 수 있다.

이대건(난초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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