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앨범의 진화] 이웃들과 소통하는 도구로

행사사진 포토북 꾸며 선물…추억 나누기 최고

앨범은 '추억의 저장고'다. 멋지게 나온 자신의 사진을 인화하여 자주 들여다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요즘은 포토앨범, 포토북이 인기다. 사진을 서랍 속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간편한 사진첩으로 만들어 시간이 날 때마다 펼쳐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얇고 주제별로 편집하면 일기장 역할까지 한다.

◆우리의 추억을 포토북으로

대구 수성구 지산동 김정환(50) 씨 자택. 매주 한 번씩 모이는 성덕교회 구역 모임 참가자들이 '옛날 앨범'을 들여다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처녀 때는 정말 날씬했었네. 저 날렵한 턱선 좀 봐!" "그때는 정말 싱그러운 모습이었네. 조금 촌스럽긴 하지만 정말 멋있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빛바랜 사진을 보면서 신기해하며 '하하 호호' 웃는다.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를 지낸 권수경(아마추어 사진작가) 씨는 요즘 새로운 취미생활을 즐긴다. 가족모임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여행 장면을 촬영해 앙증맞은 모양의 포토북으로 만들어 선물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권 씨는 "사진촬영이 취미다. 20여 년 동안 촬영한 사진들이 모두 앨범 속에 있지만 꺼내보지 않는다. 그런데 작은 포토북을 만들면 가볍고 새로운 느낌이 들어 늘 가까이하면서 펼쳐보게 된다"고 했다.

요즘은 결혼식 사진도 혼주 중심으로 촬영해 결혼식이 끝난 뒤 혼주에게 선물한다. 결혼식 사진은 한결같이 신랑신부 중심의 사진이라 혼주의 표정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더욱 귀한 사진으로 대접받는다. 권 씨는 "가족여행의 추억을 남기고 다양한 집안 행사 때마다 포토북을 만들어 선물하면 받는 사람들마다 한결같이 좋아한다"고 했다.

이 모임의 대표인 양혜원 씨는 "결혼 후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담은 가족사진 앨범만 수십 권이 넘는다"며 "젊은 시절의 앨범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 등 집안의 역사를 담은 귀한 것이지만, 벽장 속에 보관해 둬 자주 펼쳐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이젠 우리 모임의 가정마다 포토북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명주 씨는 "예전엔 인화한 사진을 앨범에 꽂지도 않고 그냥 쌓아두는 등 사진 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제는 친구, 교우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뒤 포토북을 만들어 한 권씩 나눠 가진다"고 했다. 김선희 씨도 "과거의 앨범은 추억을 간직하는 유일한 수단이지만, 너무 두껍고 불편해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포토북으로 만들어 간직하니 사진 품질도 좋고, 간편해 늘 가까이 두고 펼쳐보는 등 살갑게 대할 수 있어서 좋다"고 자랑했다.

이 모임의 가족도 한결같이 포토북 마니아다. 권 씨의 아들 김동우(경북대 3년) 씨는 "평소 어머니께서 가족여행과 행사 때마다 촬영해 둔 많은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다가 주제별로 편집해 포토북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 씨의 동생 민혜(경북예고 2년) 양도 "우리 가족은 포토북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며 "제가 전국성악경연대회에 출전한 모습 등 가족이야기를 함께 편집하고 포토북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고 자랑했다.

양 씨의 딸 이시온(계명대 패션마케팅학과 2년) 씨는 "평소 패션 공부를 하면서 사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포토북을 만들면 디자인과 사진의 크기, 구성 등을 다양하게 편집할 수 있어 기억하려는 행사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권수경 씨가 만든 포토북은 지난 한 해 동안 '하얀 겨울의 속삭임' '축복의 통로' '아름다운 이야기들' '자전거로 전국 일주' 등 10여 권이다. '하얀 겨울의 속삭임'은 모임의 멤버들이 부산으로 겨울 바다 여행을 다녀 온 발자취다. '축복의 통로'는 모임 동료인 양 씨 가족의 사진을 모아 포토북으로 만들어 선물한 것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지난해 가을 청도 감밭 나들이와 올봄 포항 호미곶 바다여행 장면을 담고 있다. 한결같이 다정하고 행복한 표정이라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들춰보는 애정이 담긴 사진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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