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검찰이 자신들에게 적용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할 것을 지시했다는 검찰 기소 내용에 "선거 개입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종북 좌파 척결 주장만 했을 뿐"이라고 답했고,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16일 밤 경찰의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수사 발표를 축소, 은폐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그날 밤 발표를 안 해도 몇몇 언론이 특종 보도를 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은 "북한이 우리 인터넷을 해방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논란이 됐던 원 전 원장과 권영세 주중대사(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논의,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한 김 전 청장과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의 통화 사실은 원 전 원장, 김 전 청장이 모두 인정했다.
이날 청문회에 임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지켜본 정치권은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새누리당은 두 증인을 노골적으로 감쌌고, 민주당은 그간 제기된 의혹 말고는 새로운 사실을 입증하지도, 송곳 같은 질문 공세를 이어가지도 못했다.
새누리당 위원들은 초반부터 '증인 감싸기'에 혈안이 됐다.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는 "(특위 신기남) 위원장이 검찰 공소장만으로 증인의 유죄를 단정하고 있다. 이는 증인 모독죄에 해당한다"고 했고, 이어 원 전 원장에게는 "대선 전에 NLL 대화록 공개를 거부했던 증인이 댓글을 몇 개 달라고 지시해서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죠?"라고 묻기도 했다. 김태흠 위원도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하는 것은 억울하지 않나. 선거 때라도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국정원은 댓글을 달 수 있지 않느냐"고 마치 원 전 원장의 답을 대신 읽는 듯했다.
반면 민주당은 두 증인의 검찰 공소장 내용 위주로 질문하면서 두 증인 모두 '모르쇠' 답변을 하도록 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준비가 덜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청문회를 지켜보던 정치권에서는 3무(無) 청문회라 비아냥거렸다. 즉, 새로운 사실도 없고, 논리적인 추궁도 없으며, 증인의 명확한 진술도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야의 국조 합의가 지난 7월 초였는데 청문회 위원들이 여태 준비한 것이 뭐냐며 TV를 끄는 인사도 있었다.
한편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이날 청문회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제3조,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면 국회에 출석한 증인이 이유를 소명하는 경우 선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선서를 한 뒤 위증 사실이 밝혀지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하지만 선서를 하지 않은 증인이 거짓말하는 데 따른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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