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극장으로 가는 길, 매번 지나치는 길, 그 길을 쳇바퀴 돌듯 매일 다니는 이들. 그 짧은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이들이 스쳐간다. 그 수많은 이들 중 같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같은 사람은 없다.
공연이라는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각자 모르는 관계에서 만나 공통점을 찾고 작품의 주제에 다 같이 공감하며 협업을 시작한다. 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작품 연습을 통해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작품에 대한 분석'탐색을 하게 되고, 이것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며 또 공감대를 찾아간다. 다들 생각이나 습관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공연이라는 한 가지를 위해 모인 우리들도 같은 구석이라곤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르다. 이렇게나 다른데 어쩌다가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다. 세상에 기적이 있다면 인연일 것이고, 마법이 있다면 역시 인연일 터다. 이런 인연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역과 배우, 배우와 스태프, 작가와 기획자, 그리고 하나의 공연. 서로 다른 사람이었던 배역과 배우는 한 사람이 되고, 배우와 스태프가 하나의 무대를 만든다. 작가와 기획자가 함께 공연을 만들고, 이 모든 것들이 공연된다. 서로 다른 이들이 스며들고 맞춰진다.
매번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사는 우리들. 공연이 끝난 빈 무대를 뒤로하고 나서는 우리들, 무대 밖에선 무관심 속에 스쳐 지나가는 이들 중 하나. 누군가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연인'이라고 말했다더라.
우리는 스치는 공연이 아니라 스며드는 공연이고 싶다. 나에게도 수많은 인연들에게도 스며들어 물들었으면 싶다. 지금까지 나름 참 많은 이들과 만나 공연하고 헤어졌다. 수없이 아쉬워했고 슬펐다. 항상 인연을 통해 우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경험하게 되며 다양한 문화 형성은 결국 많은 인연을 이루면서 발전해나가는 것임을 안다.
또다시 새로운 공연과 인연들을 만나겠지만, 누구에게든 예쁜 빛으로 물들어 빛날 수 있는 인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 삶에 지금의 인연이 있음에 감사한다.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이란 글을 보면, '부처님께서 인연 법칙에 이르시길, 모든 법은 인연에 따라 생기고 인연 따라 멸한다고 하셨습니다. 자기 주변에 고운 사람도 미운 사람도 결국 모두 다 인연법에 의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니 고운 사람은 더욱 곱도록, 미운 사람은 좋게 풀어가야 내생에 그대로 좋은 인연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나쁜 인연으로 얽히는 것이지요.'
내 주변에 좋은 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이홍기<극단 돼지 대표·ho88077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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