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분통 터지는 국회의원들의 '합법적 탈세'

세금은 누구나 내기 싫어한다. 그러나 나라가 제 기능을 하려면 세금은 반드시 내야 한다. 그 선두에는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서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뒤따르고 나라 꼴이 제대로 선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퇴보하고 있다. 국회의원 300명 중 소득세를 10만 원도 안 낸 경우가 51명, 이 중 37명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의 탐욕으로 망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절세를 할 수 있는 이유의 하나는 연간 1억 4천500만 원의 세비 중 비과세소득이 웬만한 기업체 과장 연봉인 4천700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과세 대상이 아닌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68.8%나 올린 결과다. 이들 활동비는 일반 직장인들처럼 지출 관련 증명 서류를 제출할 의무도 없다. 그래서 생활비 등 사적 용도로 얼마든지 쓸 수 있다. '필요적 경비'가 아니라 사실상의 봉급이다.

여기에다 거액의 정치 후원금에 대한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전당대회 출마 기탁금을 연말정산 때 정치자금 기부로 처리하거나 의원들끼리 품앗이 방식으로 후원금을 주고받은 뒤 이를 기부금으로 처리해 소득공제를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합법적 탈세'가 이뤄진다. 귀신도 울고 갈 신묘한 '세(稅)테크' 수법이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국민에게 복지를 늘릴 테니 세금을 더 내라고 하겠는가. 자본주의의 대원칙 중 하나가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종교인들도 세금을 낸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한 사람이면서 국민의 대표라는 점에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위 중의 당위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기본조차 안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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