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기괴한 동물

공자는 시경(詩經)을 공부하면 온갖 동식물의 이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시경에는 큰 옥편으로도 찾기가 쉽지 않은 한자가 많이 나오는데 대개 동식물 이름이다. 실제 시경에 나오는 동'식물의 이름은 252종(식물 143, 동물 109)이나 된다 한다.

시경보다 더 많은 숫자의 동식물이 나오는 책이 산해경(山海經)이다. 고대 중국의 백과전서라 불리는 이 책은 산과 강의 줄기와 동식물을 특징적으로 이야기한다. 너무 황당한 내용이 많아 사실을 기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풍부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신기한 이야기로 오랫동안 중국 신화와 전설의 보고처럼 여겨졌다.

예를 들면, 백이 숙제가 굶어 죽었다는 수양산의 줄기인 복주산에는 부엉이를 닮고 다리가 하나뿐인 기종이라는 불길한 새가 사는데 이 새가 나타나면 나라에 전염병이 돈다거나, 북악산에서 발원한 효수에는 아기 울음을 내는 지어가 사는데 물고기 몸에 개 머리를 하고 있으며 이 물고기를 먹으면 정신병이 낫는다고 하는 따위다.

요즘처럼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서 보면 터무니없지만, 아직 과학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신비한 곳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산해경의 내용이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연구가에 따르면 산해경에는 모두 26줄기의 산맥과 447개의 산, 258곳의 수계(水系), 525종의 식물, 473종의 동물 이름이 기록돼 있다.

지구 상에서 아직 인간의 힘이 덜 미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심해다. 심해는 대개 대륙붕이 끝나는 수심 200m 이상의 곳을 뜻하지만, 수심이 3,000m 이상인 중심해저(中深海底)나 6,000m가 넘는 초심해저는 기괴한 동물의 천국이다.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그린란드 사이의 2,600m 심해에서 날아다니는 듯한 문어가 발견됐다고 한다. 또 생물체가 살기에는 최악의 환경인 남극 바다에서는 고래 사체의 뼈를 먹고사는 벌레가 발견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25년 동안 심해에서 평균 2주에 한 번꼴로 새로운 종의 생물이 발견됐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도 1천만~3천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또 남미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에서는 곰 얼굴에 너구리 크기만 한 새 동물인 올링귀토가 발견됐다. 어느 날 갑자기 산해경에 전하는 기괴한 동물이 발견됐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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