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페스티벌 궁금하긴 하지만 대구까지 멀어서 못 오신 분들을 위해 사진으로나마 느껴보시라고 올려봅니다. 엄청 무더운 날씨였지만 많은 분들이 치맥페스티벌을 즐겼어요." "이번 여름휴가 때 가족들이랑 그 유명한 대구 치맥페스티벌에 다녀왔어요. 뭐니뭐니해도 치맥은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는 최고의 친구!"
지난달 18일부터 나흘간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치맥(치킨과 맥주)페스티벌은 폐막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아직까지 '대구 치맥페스티벌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치맥페스티벌에 대한 대중의 폭발적 관심은 대구 축제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3월 페스티벌 포스터 공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꼭 가보고 싶다'는 네티즌 댓글이 폭주했고, 실제 참여 인원은 무려 27만여 명에 달했다. 페스티벌이 열린 나흘간 대구행 KTX 서울, 대전, 부산 등 노선은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치맥페스티벌이 대구를 넘어 전국적 지지와 관심을 이끌어낸 비결은 뭘까. 얼마 전 또래 공무원들과의 모임에서 '공무원이 기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치맥페스티벌 아이디어를 낸 공무원에게 포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랬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대답이 돌와왔다.
치맥페스티벌은 (사)한국식품발전협회가 기획해 대구시에 후원을 제의한 것이다. 대구는 멕시칸, 페리카나, 교촌, 스모프 등의 브랜드가 처음 출발한 대한민국 치킨 프랜차이즈의 본고장. 여기에 '치맥'이라는 신조어를 결합해 대구 치맥페스티벌이라 이름 지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점차 알려지기 시작한 치맥페스티벌은 젊은 네티즌들을 열광케 했다. 치킨과 맥주를 축제 주제로 삼은 의외성이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치맥페스티벌은 또 유쾌했다. "뜨거운 대구에서 배부르게 취하고 화끈하게 놀다 가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사실 세계 3대 축제로 불리는 스페인 토마축 축제(라 토마티나), 독일 맥주 축제(옥토버페스트), 브라질 리우카니발의 성공 비결 역시 '즐기는데' 있다. 서로에게 장난삼아 토마토를 던지는 라 토마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전쟁으로 불린다. 옥토버페스트나 리우카니발 또한 맥주와 춤(삼바)을 매개체로 신나게 즐기는 축제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축제 현실은 어떠한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축제는 성과주의에 매여 낡고 고루한 주제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계몽적 가치에 집착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해마다 1천 개가 넘는 축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중적 관심과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 대구시 또한 문화예술, 체육, 관광 등에 걸쳐 매년 40개 이상의 축제성 행사를 열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결국 대구 치맥페스티벌의 성공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지자체의 치적이나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는 축제는 결코 시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시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공무원들만의 축제라면 과감히 통폐합하는 게 옳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구시는 치맥페스티벌의 첫해 성공에 도취하기보다 그 성공 비결을 철저히 분석하고, 지역 축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어떻게 하면 콘텐츠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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