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욕설… 국정원 국조, 진실규명 뒷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가 진실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19일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경찰 관계자 등 26명이 증인으로 나와 2차 청문회를 열었지만 파행을 거듭하며 정쟁의 장이 됐다.

이날 여야는 국정원 현직 직원의 '가림막 증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 대사의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증인 신문에 들어가지 못한 채 회의 시작 1시간여 만에 정회했다.

증인 가운데 댓글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 직속상관이었던 최모 씨, 이들의 지휘라인에 있었던 민병주 전 심리전단 단장, 박원동 국정원 전 국익정보국장 등 4명에 대해서는 현직이어서 가림막 뒤에 앉았지만, 민주당은 민 전 단장과 박 전 국장의 얼굴 비공개를 문제 삼았다.

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두 증인은 출근도 않고 있으며 전직 직원이나 마찬가지"라며 "특히 박원동 증인은 새누리당과의 커넥션 연결 고리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박원동, 민병주 증인은 국정원 현직 직원이며,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신문을 하는 게 맞다"고 맞섰다.

청문회에 등장한 거친 언어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성과 막말, 욕설이 오갔고, 윽박지르며 청문회장을 퇴장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정 의원은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막말 대마왕"이라고 했고, 이 의원은 "왜 반말이야"라고 소리쳤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대한민국 경찰이냐, 광주의 경찰이냐"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떼거리"라고 표현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의 질의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 실세들도 이제는 스스로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며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 의원,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 주중대사의 청문회 증언을 촉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두 사람을 증인으로 세우려면 16일까지는 증인으로 채택했어야 하며, 이제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