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들 월세대출상품 '울며겨자먹기'

정부가 전세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월세자금대출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출희망자들의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여부와 대출금액이 결정되는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월세자금대출은 월세 구하기 힘든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서민지원방안이다. 정부방침에 따라 올 3월과 4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관련 상품을 내놓았지만 우리은행이 5명에게 4천700만원을, 신한은행이 5명에게 5천400만원을 대출하는데 그쳤다.

금융감독당국은 서민들이 제도가 시행되는지 몰라 이용실적이 저조할 뿐이라며 시중은행들에게 관련 상품 출시와 홍보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달 19일 임원회의에서 "월세대출 종합 개선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권 월세대출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임차료를 제때 마련하지 못하는 서민에게 대출 공급을 늘리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라는 주문한 것. 이에 금감원은 서민이 임차료 압박을 덜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도록 은행들을 지도하고, 월세대출 운영 현황도 점검키로 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홍보가 문제가 아니라 상품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이용객들이 적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부의 '서민지원'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시중은행을 압박하는 금융감독당국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대출은 신용대출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저신용자가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결국 고금리를 물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시중은행에 신용도 8∼9등급 수준인 월세임차인에게 4~6%대의 금리를 적용한 대출상품을 출시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월세도 낼 수 없는 정도의 서민들은 신용등급이 낮을 수 밖에 없으며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들에게 저금리로 대출금을 제공하는 부담은 시중은행이 떠안아야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금융감독당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월세대출상품 출시를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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