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인근 후포수협 기름저장소까지 번졌으면 기름탱크 폭발로 상가와 주택이 밀집한 후포 시가지는 불바다가 되는 등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21일 울진군 후포면 주민들은 후포리 해동조선소에서 수리를 위해 정박 중이던 묵호항 선적 18t급 오징어채낚기 어선이 전소된 이달 18일의 화재사건을 떠올리며 소방서의 소극적인 조치에 분을 삼키지 못했다.
불이 난 지점에서 불과 40여m 떨어진 곳에 후포수협의 기름급유소가 있는데다 때마침 강풍이 급유소 쪽으로 불어닥치는 바람에 기름탱크로 불이 옮아붙지 않을까 지역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당시 급유소에는 각각 2천 드럼씩 저장된 기름탱크 3개가 있었다. 더구나 불이 난 배는 FRP(강화 플라스틱)로 만들어진 어선이어서 후포 전역은 시커먼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뒤덮였고 지역민들의 불안감과 고통은 극에 달했다.
후포수협은 즉각 전 직원들을 비상소집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후포지역 기관단체들이 비상상황에 긴박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울진소방서는 비상소집은커녕 화재 초기 현장에서 울진소방서 후포119안전센터 소속의 소방장(경찰의 경사급)이 화재진압을 지휘해 후포수협과 기관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서국수 후포119안전센터장은 화재현장에 불이 신고된 오후 12시 9분에서 1시간 11분이 지난 오후 1시 20분에, 오원석 울진소방서장은 오후 1시 40분에 나타났다고 소방서 측은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포항 자택에 있다 화재 소식을 듣고 현장에 왔다고 주장했다.
후포수협 관계자들과 주민들은 "불이 나자 기름저장소 폭발이 걱정됐으나 이러한 현장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소방서는 소방차를 늑장 출동시키고 초기 진압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원성을 샀다"고 말했다.
울진소방서 오 서장은 "'불이 잘 진화되고 있으며 여기 (서장이) 올 필요가 없다'는 현지 보고를 듣고 비상소집을 하지 않았으며, 포항에서 현장에 왔을 때는 이미 초기 진화 상황이 끝난 뒤였다"면서 "후포수협의 기름저장소 폭발 위험이 있었다는 얘기는 오늘(21일)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울진'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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