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미친 전세값'…물량도 씨말랐다

전세가 상승률 전국 최고치, 월세 가격도 덩달아 치솟아

대구경북의 전세가 상승이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고 호가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데다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마음에 맞는 전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가중되는 전세난

20일 찾은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전세를 구한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없어요 없어"하고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전세 물량이 있다면 가족 친지부터 챙기고 싶을 정도로 요즘 전세 물량이 귀하다"고 말했다.

달서구에 전셋집을 찾던 회사원 김인수(37) 씨는 지난달 물건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냈다. 한 달여 발품을 팔며 집을 알아봤지만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공인중개업소마다 전세 물건이 나오면 꼭 전화를 해달라고 신신당부했지만 허사였다. 불과 몇 분 만에 다른 사람이 계약했다면서 거절당한 적도 있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는 3천400가구의 대단지인데도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나온 전세 물건은 3, 4건에 불과하다. 3년 전 20건 이상씩 나오던 것과 비교하면 큰 편차다. 이마저도 모두 중대형이다. 반면 월세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세 감소분만큼 월세가 20~30% 증가했다. 같은 단지에서 월세는 30건 나와 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대구의 경우 집값이 전국과 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는 반면 수요자들은 매매가가 떨어질 때까지 조금만 참자는 엇갈린 기대심리가 거래절벽을 부추겨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월세 고공행진

전세 물량이 귀해지면서 전세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온나라부동산 정보에 따르면 수성구 황금동 롯데화성캐슬골드파크(4천300가구)의 올해 2분기 전세가는 전용 85㎡ 기준 4천만원 이상 올랐다. 2011년 2억1천만원(14~16층)에 거래됐던 전세가가 2년 만에 2억6천만원(8층)으로 뛰었다. 75㎡ 역시 같은 기간 1억8천만원(6층)에서 2억1천만원으로 5천만원 올랐다.

단지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요즘은 전세 거래는 거의 없다"면서 "집주인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전세나 월세 임대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형 월세가 뜨면서 임대료도 오르고 있다. 작년 캐슬골드파크 전용면적 85㎡ 이상 반전세 경우 보증금 2천만원에 월 95만~1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보증금 2천만원에 100만~120만원(6천만원에 월 80만~100만원) 선으로 상승했다.

화랑공인공개사 관계자는 "보증금이 같다는 전제하에 한 해 동안 월세가 10만원 이상 올랐다"면서 "작은 평수의 아파트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100만원을 훌쩍 넘은 지 오래다"고 밝혔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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