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의 눈] 공 차는 주부들, 스트레스는 싹~ 몸매는 쭉~

창단 12년째 수성구여성축구단, 선수 30명 매주 3회 훈련 구슬땀

"우리는 먹을 것 다 먹고 즐기면서 살을 빼지요."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에는 매주 월'화'토요일 오전 10시만 되면 축구공을 차는 주부들이 모여든다. 축구 실력은 좀 어설퍼 보이지만 열정만큼은 월드컵 선수 못지않다.

수성구여성축구단(단장 이승오)은 2001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여성축구단으로 이환조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 27명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회원이 30명으로 늘어 수성구민운동장 잔디 구장에서 일주일에 3번(월'화'토요일 오전 10시~낮 12시) 훈련하고 있다. 집안일이 바쁜 회원들도 매주 화요일에는 전원 훈련에 참석하고 있다.

축구 실력은 비교적 우수한 편이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묻지 마라"는 김은선 코치는 "동네에서 친목으로 축구하는 남자팀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은근히 자랑한다. 경기 출전기회도 많다. 1년에 전국대회가 두 번 있는데 전국대회는 대구 대표가 되어야 출전할 수 있다. 대구시에서 벌어지는 대회가 5번 정도 있다. 또 공식 경기가 가까워 오면 다른 팀과 친선 경기도 자주 하는 편이다.

창단 초기에는 힘든 점도 많았다. "여자가 무슨 축구, 꽃꽂이나 좀 배우시지"라는 남편들의 비아냥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축구를 시작하면서 아내들의 날씬해진 몸매를 보면서 남편들의 핀잔도 싹 사라졌다. 요즘에는 몸이 피곤해 훈련에 빠지려고 하면 남편들이 직접 자가용으로 모셔다 줄 정도로 극성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된 남편들도 같이 모이는 기회가 많아졌으며, 대회가 있는 날은 선수 가족 모두가 나와 응원을 한다.

"공을 차고 나면 스트레스가 뻥 날아가 버려요. 훈련이 끝나고 막걸리 한잔 마시는 기분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르지요."

축구로 우정을 쌓아온 회원들은 나이가 들면 '할머니 축구단'을 만들 계획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승오 단장은 "여성축구단은 이기고 지는 게 목표가 아니라 건강한 주부로, 건강한 시민으로, 건강한 아내로 사는 게 최고의 목표"라며 "날씬해지고 싶은 여성들은 언제든지 수성구민운동장으로 나오면 공을 찰 수 있다"고 홍보했다.

글'사진 안영선 시민기자 ay5423@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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