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찜통더위에도 200m 줄…쿠사마 야요이 '열풍'

개막 한달 만에 10만 돌파…서울·부산에서도 다녀가 대구미술관 '관람

대구미술관의 쿠사마 야요이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권을 끊기 위해 길게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미술관의 쿠사마 야요이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권을 끊기 위해 길게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7월 16일 개막한 대구미술관의 쿠사마 야요이 'A Dream I Dreamed'전이 개막 30일 만인 이달 18일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서울로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보기 드문 세계적 거장의 대규모 전시를 대구에 앉아서 본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해도 이번 전시가 유료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현상이다. 대구미술관은 물론 지역 미술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대박'에 표정 관리하기에 바쁘다.

여러 모로 이번 쿠사마 야요이전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단일 전시로는 좀처럼 깨어지지 않을 괄목할 만한 기록을 세웠다.

관람객 수치를 살펴보면 개막 첫째 주는 9천348명(일평균 1천558명), 둘째 주는 1만3천756명(일평균 2천292명), 셋째 주는 2만5천948명(일평균 4천324명), 넷째 주는 2만3천290명을 기록하면서 개막 5주차까지 10만8천686명이 다녀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관람객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미술관 문현주 팀장은 "세계적인 작가의 훌륭한 작품이었던 점이 주효했다"면서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는 사진촬영을 금지하는데 이번 쿠사마전은 작품의 비주얼이 좋은데다 사진촬영을 허용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인터넷 홍보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평가했다.

대구의 관람객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경주 등 외지 관람객들도 상당수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미술관 측은 "페이스북, 블로그 등 인터넷 포스팅을 분석해 본 결과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경주 등 타 지역 관람객들도 많이 다녀갔으며 일반인, 군인, 학생, 동아리, 직장모임, 가족단위 등 다양한 관람객층이 다녀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주말은 발권 대기시간이 평균 1시간 정도였으며 200m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런 풍경은 주말과 휴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이어져 평일에도 최대 5천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다녀갔다.

관람객들은 '보고 나면 행복해지는 전시' '환상의 겨울 방을 잊을 수 없다' '전시 기간 중에 꼭 한 번 더 보고 싶다' '서울에 살지만 꼭 보고 싶다'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나타냈다.

이 같은 관람객 폭주와 관련해 김선희 대구미술관 관장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저예산으로 큰 홍보 효과를 내기 위해 전시 개막 두 달 전부터 인터넷 홍보를 시작했다. 인터넷 포스팅 이벤트는 물론이고 쿠사마에 관심이 있는 블로거들을 찾아가 일일이 답글을 달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전시 개막 전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대구미술관 홈페이지에는 쿠사마 야요이 전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현재까지 대구미술관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2012년 대비 4배가량 증가했으며(2013년 7월 16일~8월 4일 일평균 1천215명, 2012년 7월 16일~8월 4일 일평균 358명), 인터넷 사전예매도 1만 명이 넘었다.

쿠사마 야요이전으로 대구미술관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는 데 성공했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대구 미술이 또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술 전시회 관람객의 고질적인 무례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초등학생 관람객들이 전시회장 안을 함부로 뛰어다니며 떠들거나 미술작품을 만지려고 해 다른 관객들의 눈총을 샀다.

자녀들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어린 나이에 훌륭한 미술작품이나 공연작품을 감상하는 것 못지않게 관람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작품 그 자체의 감동을 느끼는 것과 함께 공연장이나 미술관에서 지켜야 할 예의까지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두진기자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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