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한 가지 분야만 고집하면서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높은 기술력까지 갖춘 대구 중구 남산동의 ㈜형제인터내셔널은 '특수장갑' 전문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최근 수출중심 기업에서 내수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 알아주는 기술력
1960년 '형제장갑'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형제인터내셔널은 초창기 가내 수공업 형태의 공장이었다. 내수시장을 담당하던 회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모 장갑(장갑 속에 털이 섞인 장갑)을 개발했을 정도로 초기부터 신제품 연구에 몰두했다.
형제인터내셔널 이해수 대표는 1987년 회사에 입사해 창업자인 아버지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 대표는 1980년대 이후 앙고라 장갑, 아크릴 장갑, 울 장갑 등 패션용 장갑을 생산해 매출을 올리던 형제인터내셔널을 수출기업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1995년 '대경 인터내셔널'을 설립해 불가리아 등 동유럽 7개국에 공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서서히 회사는 수출 중심 기업으로 변모했다. 국내 장갑제조사들이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격에 경쟁력을 잃어가던 2000년대 초반 형제인터내셔널은 패션 장갑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장갑에 도전했다.
특히 일반 목장갑이 아닌 특수한 기능을 가진 장갑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현재 형제인터내셔널은 70여 종류의 장갑을 만들어낸다. 종류마다 기능이 달라 다양한 산업현장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칼로 잘라도 잘 잘라지지 않는 절단(CUT)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장갑과 정전기(ESD)방지용 장갑, 지문이 묻지 않고 먼지가 나지 않는 클린 룸(Clean Room) 장갑, 불과 열(heat)에 강한 보호용 장갑, 얇으면서도 추위에 강한 장갑 등 종류가 수없이 많다"며 "이 모든 제품이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절단 보호용 장갑은 고 강력실에다 폴리우레탄 코팅을 한 장갑이다. 절단강도가 매우 좋아 날카로운 제품 취급 시 손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화학 약품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
정전기 방지용 장갑은 나일론과 정전기 효과가 있는 동전도사(구리사)에다 카본과 폴리우레탄을 혼합해 만든다. 통기성이 우수하고 전기를 막는 효과가 있어 정전기로부터 인체와 제품을 보호할 수 있다. 또 클린 룸 장갑은 나일론과 폴리우레탄 등의 재료로 만들어 먼지가 나지 않으며, 통기성이 우수하다.
이해수 대표는 "우리 회사는 자체적으로 특수원사를 만들어내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원사와 최첨단 코팅기술을 접목한 산업용 특수장갑을 끼면 피로도가 3분의 1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형제인터내셔널의 장갑은 유럽연합에서 품질인증(CE)을 받을 때 필요한 마모도와 절단 강도, 찢기는 강도, 구멍이 나는 정도 등의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 70개 정도에 이른다. 이중 정전기 방지 장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수시장도 두드린다
높은 기술력 덕분에 회사는 대구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정부 조달청의 주계약자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또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도요타 회사에 장갑을 납품하고 있다. 해외 시장을 선점한 형제인터내셔널의 다음 목표는 '국내'다.
수출 위주의 정책을 펼쳤던 회사는 해외 시장에서 떨친 이름을 국내에도 알릴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장갑 시장이 값싼 중국산에 밀려 품질이 떨어진 제품이 시중에 나돌아 국내 제조현장에서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대표는 "선진국은 제조현장에서의 사고 방지를 위해 의무적으로 안전 기능을 갖춘 장갑을 근로자에게 보급하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국내는 그러한 규정이 없으며 분위기도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값싼 제품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
한 장갑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정확한 성능과 기능을 가진 장갑을 지급했다면 근로자가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장갑을 착용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에 대해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해외는 값싼 장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안전 기능이 확실한 장갑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또 "안전 장갑을 착용했지만 사고가 났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장갑을 제조한 기업에 물릴 정도로 제조자의 책임도 엄격하다"고 덧붙였다.
형제인터내셔널은 아직 국내에 이러한 안정 장비에 대한 사업자의 적극적인 사용 의지가 작은 것을 아쉬워했다. 이 대표는 "제조 현장의 열악한 환경은 결국 이 같은 안전에 대한 기준과 사용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이다"며 "앞으로 우리는 충분히 질이 우수하면서 가격도 수입산보다 싼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는 국내 대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맞춤형 장갑도 만들 계획이다. 이미 러시아에서 공동 개발을 통해 칼에 베이지 않는 수술용 장갑을 만들어낸 바 있다.
회사는 '손'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국내 제조현장의 안전을 위한 올바른 장갑을 유통시켜 노동 환경을 개선시키겠다고 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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