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논쟁]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찬반 논란

"태양광발전, 피크타임 전력 낮춰" "가정용 보다 무조건 싸지 않아

여름철 전력난이 상시화되면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 상황실 모습.
여름철 전력난이 상시화되면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 상황실 모습.

여름철 전력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빗나간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 등 에너지 정책 실패가 꼽힌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 전력 인프라 확충에 최소 5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산업용 전기 요금 현실화를 통해 전력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다.

새누리당도 최근 산업용 전력요금 현실화를 촉구한 바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용 전기 요금 현실화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찬반을 들어본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김해동 교수…"태양광발전, 피크타임 전력 낮춰"

-우리나라 전기 요금체계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전력소비는 약 8천900㎾h로 세계 15위, 총 에너지 소비는 세계 9위다. 이는 개인 소득이 50위권밖에 있는 경제적 지위를 고려하면 우리 사회의 전기(에너지) 소비가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기(에너지) 소비의 낭비 구조는 에너지원단위(총에너지소비량/총부가가치)가 OECD 평균보다 약 2배나 높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산업 자체가 에너지 의존이 높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발전되어왔고 전 세계에서 산업 부문 전기 요금이 캐나다 다음으로 저렴하다 보니 지금까지 에너지원단위 개선노력을 등한시해왔다. 이런 구조를 개선하려면 산업부문의 전기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 명목상 국가별 전기요금체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부문별 전기요금은 산업부문만이 아니라 가정 부문 역시 저렴하다. 하지만 가정부문 요금 기준은 기본요금으로 비교한 것이고 높은 누진율이 반영돼 실제로 지출되는 가정용 요금을 따지면 상황이 다르다. ㎾h당 20센트(240원 정도) 내외인 선진국가들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 않다.

또 순수 가정부문의 전력소비량 자체도 OECD 평균의 50%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산업부문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우리나라의 전기 소비구조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절전대책은 쥐어짜기식 대책이 대부분이다.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는지?

▶정부는 최근 전력난 위기가 있을 때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기온과 무관하게 냉방사용을 강제로 중지시키는 등의 땜질 대책만 되풀이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통제하기 쉬운 부문부터 전기 소비를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임시 대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충격이 가장 작으면서도 항구적으로 적용해 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가야 한다.

우리나라 전기사용량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산업 부문이 약 55%(총에너지 소비량은 59%)를 기록, 압도적으로 많다. 이어 상업(약 25%), 가정(약 15%), 공공부문(약 5%)의 순서로 전기가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전기사용량의 증가는 1990년과 비교하면 상업부문(약 10배), 공공과 산업부문(약 4배), 가정부문(약 3배)의 순서로 높았다. 이 자료를 근거로 판단해보면 산업부문만 아니라 상업부문에서 전기사용을 억제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조명에너지 다소비 상업시설에는 LED보급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있어야 한다. 편의점과 같은 불요불급한 영업점은 개점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어 수를 줄여 가야 한다. 전력난이 매우 심각할 경우에는 산업체의 근무시간대를 조정해 전기사용을 분산시키는 대책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처럼 4월, 10월 학기로 변경해 기존의 짧은 여름방학과 긴 겨울방학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의 전력대란은 전력 피크시간대(오후 2~5시)의 전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다른 시간대는 전기가 남아돌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전력난은 총 전기사용량을 발전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전력사용량이 폭증하는 데에 원인이 있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전력 사용 피크시간대에 전력소비를 억제하고 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 상업, 공공부문에서의 에너지절약 대책과 함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태양광발전 확대를 제안하고 싶다. 독일은 우리보다 일사량이 적은 조건임에도 최근 5년간 우리나라보다 30배 이상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피크타임 전력요금을 약 40% 낮출 수 있었다. 독일의 태양광발전 전기 매매가는 1㎾당 약 250원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약 370원)보다도 낮아져 굳이 판매하지 않고 자체 소비를 할 정도로 경제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태양광발전 전기 매매가가 1㎾당 300원 이하로 낮아져 월 300㎾를 초과해서 사용하는 가정의 전기요금보다 저렴한 수준이 됐다. 태양광발전에는 건립과 해체에 정부의 자금이 들어가지 않고 운영 중에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력이나 원전에 비하여 오히려 경제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태양광 발전보급에 너무 소극적이다. 대구시 또한 태양광발전 시설 확대에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시민 참여 지원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리'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대구상공회의소 이종학 조사홍보부장…"가정용 보다 무조건 싸지 않아"

-우리나라 전기 요금체계,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릴 경우 지역 기업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

▶주택용 전력요금과 비교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검토해볼 사안이 많다. 현재 전력종류별로 부담하고 있는 전력요금은 주택용의 경우 ㎾당 116원 정도이고, 산업용은 심야시간대(23:00~09:00) 요금을 포함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당 96원 정도로 가정용보다 낮다. 하지만 심야시간대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여타시간대만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은 ㎾당 145원대를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심야시간대 작업을 하지 않는 기업은 주택용보다 요금이 많이 비싸고, 반대의 경우는 저렴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상당한 모순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초 대구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이후 2012년까지 3개년간의 전력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제조업계 전력사용량 증가율이 연평균 5.1%대로 여타 부문 증가율 2.7%보다 크게 높았고, 같은 기간 산업계의 전력요금 부담액은 무려 10~20% 정도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로 인해 지역 제조기업들은 전력요금 부담액이 전력요금 인상률(4.4%)보다 훨씬 높아 추가로 전력요금을 인상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고 보는지?

▶현재 각국별 전력요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나와 있지 않아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비교시점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OECD가 발표한 자료를 참고하여 보면 대체로 우리나라의 전력요금이 주택용(households)이든 산업용(industry) 이든 국제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OECD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요금은 ㎾h당 0.058$이고, 주택용은 0.089$로 나와 있다. 그러나 현재 주요국들의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력요금의 비중을 보면, 그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12년도에 발표한 OECD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력요금 비율은 69.88%로, 프랑스(67.52%), 일본(66.38%), 영국(60.80%), 미국(58.62%) 등에 비해 낮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강국인 독일(44.7%)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산업용 전기요금이 결코 낮다고만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절전을 위해 선택형피크요금제도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피크시간대에는 요금이 비싸지는 이 제도의 경우 섬유와 자동차부품은 적용이 쉽지 않은데 지역 산업계는 절전을 위한 이 피크요금제도의 실효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

▶선택형피크요금제도는 한국전력이 여름철 7, 8월 중 피크일(10일)'피크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3.4배 할증하고, 비피크일'비피크시간대에는 0.8배 할인해 주는 제도로 기업이 한전에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는 제도이다. 현재 대구지역 산업용 전력요금 계약업체는 1만7천여 기업 중 올해 선택형피크요금제를 신청한 기업은 35호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피크시간대 공장가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현행 피크시간대 공장가동도 법적인 제한수준(업체별로 감축목표가 다르나 대체로 5~10% 정도 감축 및 위반 시 과태료 50만원 부과)을 맞추기도 어려워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여기에다 선택형피크요금제를 활용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선택형피크요금제도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10% 이상 전력사용량을 감축해야 하는 등 혜택을 받기 위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동 제도의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전력대란은 전력 피크시간대(오후 2~5시)의 전력이 모자라기 때문인데 막상 다른 시간대는 전기가 남아돌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대 여유전력은 최근에 정부가 발표한 심야전력을 저장하여 비싸게 팔 수 있는 방안을 차선책으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 등이 설치비용이 높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록 구축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50%까지를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담이 적지 않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각종 정책적 지원에다 현재 전력요금에는 0.37%의 전력기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기금을 활용하여 중소기업의 전력요금 부담을 줄이는 각종 첨단설비의 설치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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