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축제냐 박람회냐" 등 돌린 대구시·동구청

평생학습 행사 공동개최 무산

평생학습 관련 행사를 함께 열기로 한 대구시와 동구청이 행사의 명칭과 성격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최근 공동 개최를 취소한 뒤 등을 돌렸다. 대구시와 동구청은 각각 12월과 10월에 박람회와 축제를 따로 열 계획이다. 롯데마트 대구점 건축허가와 행정처분 등 그동안 불편했던 양 기관의 관계가 이번 행사 무산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시는 올해 2월 평생교육 사업의 하나로 '제1회 대구시 평생학습박람회'를 계획하고 구'군을 대상을 주관기관을 공모했다. 그 결과 동구를 개최지로 선정하고 올 10월 금호강 지저동 둔치에서 박람회를 열기로 5월 21일 발표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동구청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7월 중순 돌연 공동 행사 계획을 취소하고 각자 박람회와 축제를 열기로 했다.

대구시와 동구청의 갈등은 행사의 명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구시는 행사의 명칭을 '제1회 대구평생학습박람회-2013 동구'로 정할 것을 요구했고, 동구청은 '제1회 대구평생학습박람회 및 제7회 동구평생학습축제'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명칭은 행사의 성격과 내용을 결정하는 문제여서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대구시 측은 명칭에 '축제'를 넣을 경우 박람회란 당초 취지와 어긋난다는 입장이었다. 박람회는 전시를 중심으로 해서 평생학습에 대한 노하우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형식으로 정적인 성격을 지녔다. 그런데 동구청은 공연과 걷기대회, 줄다리기, 구민노래자랑, 먹거리 장터 등 그동안 해왔던 축제 형식의 행사를 고수했기 때문에 타협점이 없었다는 것.

동구청 측은 2006년부터 동구평생학습축제를 이어오고 있는데 올해 갑자기 명칭에서 뺄 수 없었다고 했다. 2010년 제9회 전국평생학습축제를 동구에 유치하면서 축제 이미지가 자리 잡힌 상황에서 명칭을 양보할 경우 행사가 전시 위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했던 것.

대구시 교육협력담당관실 관계자는 "대구시는 올해가 첫 박람회라는 상징성 때문에 명칭을 양보할 수 없었다"며 "축제란 명칭을 넣으면 자연스레 행사 내용이 공연과 체험 등 축제 성격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고 결국 박람회란 행사 성격이 모호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동구청 평생학습과 관계자는 "올해 대구시의 박람회 예산은 8천만원인 데 비해 동구청의 축제 예산은 그 3배가 넘는 2억5천만원이나 된다"며 "8년의 경험과 훨씬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구청의 축제를 하루아침에 대구시가 주도하는 박람회로 전환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대구시와 동구청의 불편한 관계가 공동 개최 무산의 빌미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2006년 동구청이 불가하다고 한 롯데마트 대구점 건축허가를 대구시가 내주었고, 최근 동구청이 내린 롯데마트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대구시가 행정심판에서 과징금으로 완화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더불어 최근 이재만 동구청장이 차기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대구시가 동구청과의 행사를 꺼렸다는 것.

특히 대구시의 입장에선 이재만 동구청장의 정책과 사업을 홍보하는 축제에 대구시가 들러리를 선다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동구청은 공모에 선정됐을 당시 박람회를 소개하면서 동구청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인 '아양철교 명소화'와 '가수 패티 김의 노래비 건립' 등을 부각시켰다.

앞으로 대구시는 당초 계획한 박람회 일수를 3일에서 2일로 줄여 12월 13, 14일 대구엑스코에서 대구평생교육진흥원 주관으로 '제1회 평생학습박람회'를 열고, 동구청은 10월 10~13일 금호강 지저동 둔치에서 '제7회 동구평생학습축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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