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드의 甲질, 외부업체 죽을 맛

일방적 유리한 계약서 특약…식품, 음료, 오락기기 업체 판매장 이동·폐쇄

대구의 대형 놀이시설인 이월드가 음식물과 오락기 영업을 하고 있는 외부업체들에 갑(甲)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말썽이 일고 있다. 외부업체들은 계약서상 이월드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약 사항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르고 있는 형편이다. 특약 사항에는 경영상 이유로 계약 기간 중 영업장의 이전과 그에 준하는 중대한 사유 발생으로 영업 환경 재편성이 필요할 경우 이월드 측 결정에 따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월드 내에서 독자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식품과 음료, 오락기기 등 외부업체는 10여 곳. 이들은 최근 잦은 판매장 이동과 폐쇄 등으로 말 못 할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이월드의 주인이 이랜드그룹으로 바뀌면서 판매장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문제는 판매장 이동과 폐쇄가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5개까지 판매장을 운영하던 A업체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2개로 줄었다. 또 일부 판매장은 이달 중으로 이동 편의성을 위해 바퀴 달린 판매장으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사실상 판매장 축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월드에서 업체들에 나가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실상 나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외부업체인 '을'의 약점을 이용해 판매장 규모를 점점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 메뉴 지정을 놓고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음식물을 파는 판매장의 경우 고객들에게 50% 할인된 가격으로 팔도록 했다. 연간회원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월드가 직영하고 있는 품목은 50%까지 할인하지 않지만 외부업체들이 파는 메뉴만 50% 할인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현행 35%인 수수료를 50%로 늘리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연간 1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해도 이월드의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5천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마진이 떨어지든 말든 50% 할인가로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횡포가 가능한 것은 이월드와 업체 간 맺은 계약서의 특약 사항 때문이다. 업체별로 1년 단위의 계약을 맺지만 이월드가 독단적으로 판매장 폐쇄와 축소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로 '경영상 이유로 계약 기간 중 영업장의 이전과 그에 준하는 중대한 사유 발생으로 영업 환경 재편성이 필요할 경우 이월드 측 결정에 따른다'는 문구를 삽입해뒀다. 외부업체는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이월드가 경영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판매장을 옮기거나 폐쇄해야 하며 판매 메뉴 선택 결정권도 사실상 없는 셈이다. 부당 특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월드 측은 "요즘 같은 때에 누가 함부로 갑의 행세를 할 수 있겠느냐. 우리의 목표는 상생"이라며 "매장 철거는 동선 변경 때문이다. 고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판매장을 설치하려는 의도다. 향후 리모델링을 할 예정이고 모든 비용은 회사가 댈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