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과 전력량 부족에 따른 전력 수급 문제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에너지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훨씬 크게 부각되었다. 에너지가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올여름 폭염은 남부 지방의 경우 지난 1994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강해 33℃ 이상의 폭염 일수는 대구가 40일을 훨씬 넘겨 199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열대야 일수도 대구가 30일을 가볍게 넘겨 94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며 19년 만에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이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전력 수급은 초비상이 걸려 강제 순환단전에 돌입할 수도 있을 정도로 전력 사정이 빠듯한 최대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연일 산업체, 공공기관, 가정, 상가 구분 없이 전기 사용의 자제를 당부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해 왔지만 국민들에게 협조 당부를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뾰족한 대책을 갖지 못했다.
통계에 따르면 산업, 수송, 건물 부문으로 구성되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량은 총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차지한다. 산업과 수송 부문에서의 에너지 절감을 위한 대책이 꾸준히 추진되어 온 반면, 건물 부문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에너지 수요는 높아지고 있는 반면, 건축물의 수요 증대와 에너지 절약 정책의 미흡 등으로 건물 에너지 효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건물 부문의 경우 지금까지 개개 단위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은 크지 않아 절약의 시급성이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건물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짐에 따라 개개 단위 건물의 에너지 절약 실천과 대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절감에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절약의 추진은 설비적 관점과 사용자 관점의 접근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종 설비 시스템의 효율 및 성능 향상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도모하는 설비적 관점의 접근은 이미 오랜 투자와 기술 개발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근접한 상태여서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 반면, 건물 사용자 관점, 즉 에너지 사용 문화의 개선과 효율 극대화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이끌어 내는 접근법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큰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의 전기 사용 문화에 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사실 사용자 관점의 노력은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가정과 건물에서 각종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절기 열 발산이 용이한 간편 복장 착용, 자연 환기 도입, 에너지 및 절전 용품 채택, 에어컨 사용 억제, 냉방 실내 설정 온도의 상향 조정 등 그 예는 무수히 많다. 부득이 에어컨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도 전력 피크 시간대를 피한다거나 이용 효율을 고려하여 실별 시간대와 가동 조건을 고려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미 우리는 절전 문화에 대해 너무나 많이 알고 있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 북미 여행을 다녀왔다. 여러 공공장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그곳에 들를 때마다 놀라웠다.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극명히 다른 지나칠 정도로 낮은 실내 설정 온도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지만 반팔 차림의 여름철 간편 복장으로는 실내에 있기가 힘들 정도로 낮은 온도였고 체감상 18도 이하인 곳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보다는 전력 수급에 여유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 나라의 풍토와 쾌적 온도의 기준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냉방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실내 냉방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강제 설정토록 하고 전력 피크 시간대의 강제 단전 정책 시행까지 고려하는 우리의 여건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인지 북미 지역 국가의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량은 총에너지 소비량의 48%나 차지한다고 한다. 이들 국가에서 전력량을 충분히 확보해 에너지를 필요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환경은 부럽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흥청망청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반문이 들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를 참고 절전에 동참하는 우리들은 에너지 절약의 선봉자임에 틀림없다.
최동호/대구가톨릭대 교수·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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