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밤의 산책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송소민 옮김/ 알마 펴냄
서구의 우주 연구 역사를 별 관찰자들의 삶을 통해 들여다본 책이다. 밤하늘에 관한 호기심과 질문들을 소박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차근차근 환기시키는 이 책은 우주모델과 이론들을 성찰하게 하고, 나아가 그것이 인간 인식의 테두리 안에서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서구의 우주 연구 역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체적으로 개관한다. 그럼으로써 현재 눈에 보이는 우주를 넘어서 그 뒤편에 적층된 경이로움의 역사를 오롯이 드러낸다. 그 길잡이가 되어주는 건 위대한 별 관찰자들로서, 그리스 자연철학자에서 21세기 천체물리학자까지 모두 24명의 인물들이 다뤄진다. 당시 해당 인물이 처해 있던 천문학계의 지적 상황과 관측 능력, 그 아래 강렬한 호기심을 자아냈던 밤하늘의 경이로움 등을 그려낸다. 우주 연구를 그저 이론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삶 속에서 드러내는 것이다.
인물을 선정하는 데서도 전형적 인물과 의외의 인물을 적절히 아우른다. 기본적으로는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학자들이 주요 포인트를 형성한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부터 시작해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 갈릴레이를 거쳐, 뉴턴과 칸트를 경유한 뒤 아인슈타인과 허블, 그리고 스티븐 호킹에까지 이른다. 그들은 천문학사에 길이 남을 빛나는 성좌이며, 저자는 이들의 업적을 당대의 정신사적 맥락과 그들의 삶 속에서 친절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식의 인물 선정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천문학적 현상에 대해 그 인물이 대안적인 설명을 하려 했는가'라는 것이 우선되었다. 이 책은 별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력을 회복하려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안내서다. 366쪽, 1만7천500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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