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탓에 정치'경제'사회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아 왔다. 더군다나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들은 장애로 인한 빈곤까지, 삼중의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측은 이 같은 처지의 국내 여성 장애인 인구를 2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제주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은 낮은 교육수준으로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말 기준 여성 장애인의 교육수준은 무학(미취학 포함) 비율이 22.1%로, 남성장애인(4.4%)보다 5배가량 높았다. 반면 대졸 이상은 5.9%로, 남성장애인(16.5%)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교육격차가 심화된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69.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집안 반대(19.4%), 심한 장애(4.9%) 순으로 조사됐다.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남성 장애인에 비해서도 여러 면에서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교육과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고 결국 빈곤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지요. 여성 장애인이 처한 특수한 상황, 장애 정도, 장애 종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이 필요합니다. 여성 장애인을 위한 가정폭력 쉼터는 전국 한 곳밖에 없고, 그나마도 2년이 지나면 아무 대책 없이 길거리로 나서야 하는 게 우리 실정입니다."
권 대표는 우리 사회의 여성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여성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가족은 1차 폭력의 가해집단이기도 합니다. 바깥 사회로부터의 각종 억압과 폭력을 막아주는 안전지대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여성 장애인 스스로 가정폭력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 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교육을 통해 고쳐져야 하고요. 성'가정폭력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지만 인식 전환이 우선입니다. 상담을 해보면 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이 80%에 이르거든요. 정확한 실태조사, 성'가정폭력 예방교육이 시급합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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