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중국 고대 자연철학·실천윤리 교본…주역(周易) 이야기(1)

'주역'은 고대에는 '역'(易), 송대에는 '역경'(易經)이라 하여 5경 중에서 으뜸으로 쳤다.('사고전서' 목록에도 첫 번째 경으로 나온다). 지금도 동양 3국이 '논어' 못지 않게 이 책을 탐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전강좌 어디에나, 심지어 교양강좌 곳곳에서, 또 사이비 전통종교에서도 이 책을 들먹이고 있다.(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주역'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아카데미의 동양 철학자들도 이 책을 약간 신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이 신주단지에서 요술 방망이가 나올까? 이렇게 된 데는 이 책이 각종 '술수'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여, 점을 치는 책으로 신비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사주(추명)학'이나, '관상학', '운세' 등에는 이 책이 바로 인용되지 않는다.(여기서는 음양오행설이 이용된다).

'주역점'은 별개이고, 이는 선비들이 치기도 했는데, 지금 일반인도 할 수 있다. 고민있는 사람이 '주역'에 의뢰하여 자기 나름의 풀이를 얻어 볼 수 있다. 다만 해석이 문제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일종의 공부가 필요하다.

'역'은 B.C 700년쯤에 만들어졌으며, '점술(占術)의 원전'이자 중국 고대 자연철학과 실천윤리의 교본이다. 주나라 때 만들어졌다고 하여 '주역'이라 한다. '점술'은 미래를 미리 아는(예견하는) 기술이란 뜻이다. 그 근거는 '주역'이 인간사회를 포함한 우주자연을 '유기체'로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우주의 만물은 존재나 사건이나 모두 '유기적 관계'에 있으므로, 그 관계를 기계적(과학적)인 어떤 체계(메커니즘)를 만들어 해석하고, 그 체계를 이용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불교의 '인연 생멸설', 현대 의학의 '유전인자 질병설' 등도 이와 같은 관계론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현재를 직시하고, 나의 결점을 아는 것과 같다. 여기서 '수양론'이 성립되고, '주역'이 윤리교재가 된다.

고대 은(殷)나라에서는 거북의 등껍질이나 동물의 넓적뼈를 태워 그 갈라진 모양을 보고 점을 쳤다. 그 후에 서죽(筮竹, 대나무를 깎아 만든 가는 막대기 50개)이 이용되기도 했다. 그 결과 얻어진 점사(占辭)를 기록, 보관했다. 이 중에서 잘 맞아떨어진 것을 골라 편집한 것이 '역'의 원형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널리 보급되자 어려운 점사를 해석하는 기준이 필요했다. 이 기준에 대한 설명이 '계사전'을 비롯한 10개의 안내 논문(十翼)이 그것이다. '주역'은 64괘에 대한 설명이고, 괘의 기본단위는 음효(陰爻)과 양효(陽爻)다. 우주자연의 '기본 구성단위'를 음과 양, 두 요소로 나타내고 만물만사가 이것의 조합이라고 보는 것이다.(일종의 2진법)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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